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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아닌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12.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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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어느 인기 모바일게임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신규 서버도 오픈되고, 새로운 시스템도 열리고,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이 게임의 유저들은 웃지 못했다. 특정 직업의 일부 스킬에서 치명적인 버그가 발견됐다는 점에서다. 이 직업을 택한 유저들은 공식 커뮤니티를 거의 도배하다시피 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단체로 게임을 접어야 운영진이 정신을 차릴 것이라며 ‘꼬접’을 시사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이 게임사에서 의도적으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며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에서도뒤늦게 공지사항을 통해 관련 버그를 빠른 시일 내에 고치겠다고 답변했지만, 유저들의 분노는 금방 식지 않는 모양새다.

겉으로만 보면 이 유저들이 지나치게 화를 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상세히 내막을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직업은CBT 당시 전체 참가자의 30%가 넘게 선택해 직업 선택률 1위를 기록했던 인기 클래스이고, 이 게임만이 가진 독창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출시 이후에는 최악의 밸런스로 인해 모두가 비추천하는 직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타 직업 유저들까지도 ‘이건 좀 너무하다’며 입을 모아 상향을 요구했고, 게임사도 이 직업을 콕 집어 밸런스 조정을 예고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업데이트 이후 돌아온 것은 ‘개악’이었으니, 참아왔던 유저들의 설움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오늘 하루동안 이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결국 게임도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지표’라고 말하는 숫자를 보며 움직인다. 물론 이것이 가장 객관적인 방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유저들도 소비자이고, 마음을 가진 인간이다. 인간의 행동과 심리가 어느 정도 패턴화될 수는 있어도, 다 같지는 않다. 때문에 ‘공식’이 아닌 ‘통계’라는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고, 어느 정도의 오차를 감안하게 되는 것이다.
‘리니지’가 지금까지 왕좌에 앉아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착취적인 과금유도로 일반 유저들에게 욕은 먹을지언정, 주 고객층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인다. 최소한 자기 소비자들의 심리만큼은 잘 알고있다는 것이다. 

이날 이 유저들의 분노는 숫자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분을 계속 간과한다면, 언젠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임은 자명하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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