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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예약판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

  • 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0.12.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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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디지털 다운로드(DL) 버전 게임 판매가 자리를 잡지 못했던 당시, 인기 게임을 출시 당일 만나볼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예약구매였다.
하지만 네트워크 환경의 발전과 주요 플랫폼의 고도화는 DL버전 판매의 활성화를 불렀고, 자연스레 게임 예약판매는 한정 특전, 사전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동반하는 방향으로 변해갔다. 물론 단순한 순수 게임 타이틀 예약판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역할은 변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게임 예약판매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그 근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 당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약속’이라는 근간 말이다.

생각의 시작은 CDPR의 ‘사이버펑크 2077’에서부터 비롯된다. ‘사이버펑크 2077’은 지난 2019년부터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당시 기준으로 정식 출시 일정은 4월 16일이었던 만큼, 예약판매 돌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예약구매자들을 위한 특전 및 혜택도 없는 형태였지만, 이용자들은 게임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예약구매를 망설이지 않았다.
CDPR은 12월 10일 정식 출시 당일 ‘사이버펑크 2077’이 예약판매만으로 800만 장 판매고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예약판매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CDPR의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용자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게임은 콘솔 버전의 낮은 완성도로 PS, Xbox 출시 버전에 대한 ‘무조건 환불’이라는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CDPR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예약판매된 800만 장 중 콘솔 버전 구매자들의 비율은 41%를 형성하고 있다. 차세대 콘솔 이용자들을 고려한다 해도, 게임을 예약구매한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출시 당일부터 현재까지도 완벽한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예약판매’에 담긴 출시 당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약속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나온 현재, ‘예약판매’의 형태와 약속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이야기다.
사실 예약판매의 무용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부터 제시됐던 이야기다. DL버전 판매 비중이 패키지버전의 비중을 넘어섰던 시점부터도 그랬다. 이미 출시 당일 게임을 즐기는 것에 어려움이 없어진 최근, 특별한 혜택이 있지 않는 이상 예약구매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게임 예약구매를 즐기는 이들 또한 다수인 것은 사실이다. 한정 혜택, 할인 혹은 기대하는 게임에 대한 믿음과 두근거리는 마음이라는 낭만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플랫폼 차원의 예약판매 금지 등 원천차단의 수단은 활용할 수 없다. 다만, 예약판매 무용성 및 게임사와 이용자간의 신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최근,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례로 스팀의 경우 ‘사람들이 크게 기대하는 제품이나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제품이 아닌 이상 예약구매는 대단한 효과가 없다’는 안내와 함께, 실적, 신뢰도가 쌓인 일부 파트너사에 한해 플랫폼 내 예약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CDPR의 최근 사례는 이후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쩌면 예약판매에 대한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표출될지도 모른다.
결국 대형 신작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는 최근의 예약판매, 해당 문화를 지키고 싶다면 게이머와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자면 예약판매를 진행하는 게임사들은 주기적으로 개발 상황, 인게임 진척도 등을 공유하는 문화가 퍼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는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충격을 접한 이들은 바로 게임을 향유하는 전세계 게이머들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게임사들이 이번 사례를 통해, 보다 게이머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방법론적인 고민을 시작하길 바랄 뿐이다.

 

[경향게임스=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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