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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이자의 아틀리에2’ 과도함이 불러온 참사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2.28 17:03
  • 수정 2020.12.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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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시리즈는 지난 1997년 시작돼 현재까지 23년동안 명성을 이어온 시리즈다. 관련 브랜드로만 약 30개가 넘는 게임들이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초기 시리즈 키워드는 ‘마니아’들을 향한 JRPG를 목표로 제작됐다. 미소녀 캐릭터를 모델로 삼고 연금술 요소를 더해 이것 저것 조합하는 이른바 ‘생활형’콘텐츠가 핵심. 이어 전투 시스템이 개편되고 재미 요소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단계에 이른다.‘라이자의 아틀리에’시리즈는 대격변을 맞이 한다. B급 미소녀물에 지나지 않았던 게임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오픈월드에 준하는 게임성을 더했고, 게임 시스템을 간소화하면서 JRPG 마니아들을 흡수한다. 전작 성공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에 도전, ‘라이자의 아틀리에2’가 정식 출시됐다. 

샌드위치 발매 모험수 

시리즈는 출시 첫 주 일본 차트에서 약 7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A급 게임은 일본 첫 주차 판매량이 약 10만장 선. 나쁘지 않은 출발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주 ‘라이자의 아틀리에 2’는 차트 탑10에서 이름이 사라진 상태다.그도 그럴것이 이 게임 발매일을 전후해 ‘어쌔신크리드 발할라’가 출시됐고, 발매 1주일 뒤에는 ‘사이버펑크 2077’이 발매되는 스케쥴이니 할말 다했다. 앞서 발매됐던 ‘어쌔신 크리드’가 총 플레이타임 약 80시간에 달하는 규모로 발매돼, 이 게임 엔딩을 본 직후에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하게 되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라이자의 아틀리에2’가 선택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사실상 ‘관심 밖’ 타이틀이 된 셈이다. 
그런데 상황이 점차 반전되기 시작한다. ‘사이버펑크 2077’이 예상밖으로 부진했고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역시 기대 이하 게임성으로 유저들의 아쉬움을 산다. 유저들은 신작에 목마른 상황에서 새로운 작품을 찾는다. ‘라이자의 아틀리에2’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라이자의 아틀리에’시리즈는 어떤 게임?

‘라이자의 아틀리에’시리즈는 연금술사가 주인공이다. 온갖 물건들과 재료들을 가져다 조합해 뭔가를 만들어 내도록 설계돼 있다. 던전을 탐험해서 장비를 구하거나, 상점에서 장비를 사는 것 보다 직접 만들어 낸 장비가 가장 강하다. 때문에 게임 전반에서 보다 좋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하는 활동’이 주가 되며, 이를 통해 아이템을 제작한 뒤, 몬스터를 사냥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즐긴다. 같은 장비를 만들더라도 ‘연금’에 투입하는 ‘소재’에 따라 능력이 천차만별로 갈린다. 때문에 더 좋은 아이템을 제작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재료’에 흥미가 생기며, 다시 ‘새로운 재료를 조합’하고, 제작된 아이템을 활용해 던전을 파하는 구도로 게임은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고, 시련을 얻고, 미스테리를 풀어 나가는 게임이 ‘시리즈의 핵심 재미’다.
‘라이자의 아틀리에’시리즈는 소위 ‘입문자’용 시리즈로 비교적 쉽게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에 ‘자동 투입’시스템이나 인터페이스 개선을 통해 캐주얼RPG와 같은 형태로 개발돼 인기를 끌었다.

전작 성공 요소에 업그레이드 도전

‘라이자의 아틀리에2’는 전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에 도전한 작품이다. 가장 먼저 전체 게임 볼륨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준비했다. 전작에서 강화 요소와 재료들을 대거 추가하는 한편, 맵을 확대하면서 파밍요소와 제작요소를 대폭 증가했다. 기존 인기 캐릭터들에 신규 캐릭터를 더했고, 서브 퀘스트 시나리오를 강화하면서 약 60시간에서 70시간동안 즐길만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이 외에도 신규 시스템들을 더했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이나, 퍼즐 요소등을 더해 게임을 정식 발매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제작비’를 추가로 투입한 흔적이 보이며, 개발팀들이 고생한 흔적들이 게임 전반에 드러난다. 
문제는 개발팀의 실력이다. 이 개발팀은 다년간 B급 게임을 개발해온 팀. 대중들이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라 소수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해온 팀이다. 이번 작품은 다년간 반복된 그들의 습관들이 묻어나는 게임으로, 전작과는 상반되는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 됐다. 

초등학생용 동화책을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

우선 시나리오와 서브퀘스트면에서는 교통정리가 돼 있지 않다. 발생조건을 제대로 콘트롤하지 못해 유저들에게 혼선이 가중된다. 이는 곧 ‘투 머치 퀘스트’상황으로 변질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쓸 데 없는 상호작용들과 컷신이 대규모로 추가돼 집중력을 흩트리며, 몰입을 방해한다. 일례로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 특정 장소로 이동하다 보면 갑자기 서브퀘스트가 우선 튀어나오는 식이다. 
조금더 설명해보면 서브 퀘스트A를 완수하기 위해 ‘카페’와 같은 공간을 방문한다면 그 타이밍에 엉뚱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다른 서브 퀘스트B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서브 퀘스트A 완수 조건을 듣고 맵을 나오는 순간, 서브 퀘스트C이야기가 튀어나오며. 완수 조건을 충족한 뒤에 서브 퀘스트D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이제 A를 완수한다음 B를 진행하려고하면 C와 D이야기와 함께 E이야기가 계속된다. 문제는 각 퀘스트를 주고, 수행하고, 퀘스트와 관련된 인물들이 모두 ABCD에 포함돼 있다.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A이야기인지, B이야기인지, C이야기인지 혹은 메인퀘스트 이야기인지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다행히 이를 설명하기 위한 퀘스트 페이지들이 존재하는데, 한 번에 7~8개 서브 퀘스트가 돌아가는 화면을 구경하다 보면 ‘컷신 지옥’이 떠오른다. 
심지어 각 컷신들이 풀어 놓는 내용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볼만한 동화책이나 만화책에서 볼법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각 내용은 뻔한 클리셰를 길게 늘여놓은 수준이니 한두번 서브 퀘스트를 본 뒤에 후반 내용을 예측하고 스킵 버튼을 누르면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반복된 맵 구조에 숨이 턱

파밍에 활용될 맵은 밝은 색채를 쓴 관계로 기분전환에 제격이다. 귀여운 몬스터들이 튀어 나오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특히 맵을 오가면서 연금술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주울 수 있으니 전체 맵을 오가면서 뒤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제는 반복성. 맵이 거듭 될수록 소위 ‘색깔만 바꾼’ 몬스터들이 등장해 볼거리를 줄이는데다가, ‘채집 아이템’들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흥미 구조를 잃는다.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들은 이미 다 수급한 상황에서 같은 맵을 돌고, 또 돌게 되는 게임 구조는 학을 떼게 만든다. 
던전 탐험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게임은 맵을 돌면서 ‘조사’해 포인트를 모은다. 이후 ‘단서’가 개방돼 맵을 한번 더 훑고 지나가게 만든다. 곳곳에 숨겨둔 ‘조사 포인트’를 확인하고 발굴하고, 다시 방문해 놓친 곳을 훑는다. 던전 구조상 못가는 지역을 방문하기 위한 아이템을 만들고, 다시 같은 맵을 처음부터 돌게 만든다. 던전 하나를 만들면 한 지역을 최소 3~4번 이잡듣 훑게 만드는 구조가 반복된다. 
여기에 각 맵별 지형 구조를 복합하게 꼬아둬서, 맵 전체를 한바퀴 빙 돈 다음에 특정 장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퍼즐(?)’을 놔둔다거나, 연금술로 특정 수치 이상 기술을 달성해야 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 배치했다. 몇 번이나 같은 맵을 돌고, 또 돌다 보면 지치키 마련.
이런 상황에서 귀환한 다음 ‘서브 퀘스트’ 컷신을 보고, 다시 또 해당 지역으로 가야 하는 구조다. 
 

그들만의 전투 시스템

전투 시스템에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게임은 과거부터 소위 ‘연쇄폭탄마’라 불리는 게임이다. 연금술을 활용해 폭탄을 만들고, 이를 던지면서 몬스터를 클리어 해 나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번 시리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 보인다. 동급 아이템을 기준으로 필드에서 일반 몬스터를 사냥한다고 가정하면 스킬을 6~7방 이상 맞춰야 몬스터가 죽는다. 사냥에 걸리는 시간은 약 2~3분 남짓. 템포가 느린 덕에 스킬은 거의 쓸모가 없어 보인다. 폭탄 사냥은 단 5초만에 끝. 스킬 데미지가 강력해봐야 1천이라면 폭탄은 2~3만에서 많게는 10만 까지 올라서는 상황이 반복된다. 엄밀히 말하면 스킬시스템 역시 효율은 있다. 게임은 하드코어 게임 시스템으로 각 캐릭터마다 버프, 디버프가 충첩된다. 아이템을 계속 써서 디버프를 먹이고, 버프를 누적시킨 뒤에 상대 턴을 뺏어가면서 스킬을 이어나가면서 데미지를 중첩하는 구도다. 여전히 전투 시간은 오래 걸리나 20분, 30분씩 싸운다면 ‘스킬’시스템이 유리한 구조다.
바꿔 말해 게임 밸런스는 초보자들이나, 일반적인 코어 유저들을 기반으로 잡혀 있지 않으며, 시스템을 한계까지 파고들어 효율을 뽑아내고 즐기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설계됐다.

B급 게임으로 귀환한 ‘아틀리에’

‘라이자의 아틀리에2’는 개발사의 의지를 보여준 게임이다. 전작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듯 했지만 실은 그 길을 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은 23년 동안 함께 해온 팬덤을 위한 작품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이 길을 갈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선보이며, 그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과 함께 하는 선택을 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만, 전작에서 시리즈에 처음으로 유입돼 비교적 ‘미드 코어’장르 게임을 즐기고자 했던 유저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게임 평론을 맡은 기자의 입장에서 이 게임은 모든 것이 과하다. 넘치는 애정과 의욕은 이해가 가나, 능력이 허락하지 않는 다면 조금은 덜어 내야 하지 않을까.

<총점>
그래픽 (5점)   : ★★★★★☆☆☆☆☆ 광원 효과 보다 신규 몬스터 디자인이 시급
스토리 (5점)   : ★★★★★☆☆☆☆☆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 스크립트에 한숨
캐릭터 (4점)   : ★★★★☆☆☆☆☆☆ 복사하고 가슴, 엉덩이 키우면 신 캐릭터인가? 
필드전투(4점)  : ★★★★☆☆☆☆☆☆ 수십 년째 답보 상태인 전투 시스템 
보스전 (1점)   : ★☆☆☆☆☆☆☆☆☆ 존재감 제로 보스 몬스터
사운드 (8점)   : ★★★★★★★★☆☆ 피크닉 나가는 기분
조작감 (6점)   : ★★★★★★☆☆☆☆ 게임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인터페이스 
몰입도 (2점)   : ★★☆☆☆☆☆☆☆☆ ‘어차피 또 해야 하는 일’ 
콘텐츠 (4점)   : ★★★★☆☆☆☆☆☆ 과유불급
완성도 (7점)   : ★★★★★★★☆☆☆ 그들이 잘하는 게임으로 회귀

총점: 43점
 

한줄평:
JRPG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었던 전작, 후속작에서 그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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