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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국부론’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12.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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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모바일 MMORPG에서 관찰된 일이다. 특정 세력이 사냥터를 통제하고 다른 이용자들을 아무 이유없이 마구 척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소위 ‘과금전사’들로, 일정량의 대가를 지불해 강해졌기에 자신들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이른바 ‘리니지’식 통제로, 속된 말로 ‘꼬우면 돈 써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전에는 ‘바츠 해방전쟁’처럼 다수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 어떻게든 그들에 대항했겠지만, 요즘 게임들은 시스템 차원에서부터 이것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또한 지금 유저들은 그만큼 인내심이 크지도 않다. 이전 같으면 선택지가 별로 없기에 결국 비슷한 게임들을 돌고 돌 뿐이었겠으나, 요즘엔 워낙 재밌는 신작들이 많이 나와 갈아탈 게임도 많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게임의 피해 유저들은 부당함을 호소하다 결국 ‘꼬접’을 했고, 다른 이들도 불만을 가지며 게임은 빠르게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애덤 스미스를 떠올리게 된다. 경제학의 기초를 닦은 정치경제학자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그는 동시에 윤리학자이기도 했다. 흔히 정부의 선의를 믿지 않았기에 ‘야경 국가’를 추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부론’을 읽어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개인이 하지 않을 것 같거나, 할 수 없거나, 하더라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과제는 정부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봤으며,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이머 입장에서 요즘 MMORPG들이 뭔가 단단히 잘못돼있다고 느끼는 것도 이 부분에서 온다. 실력의 차이를 돈으로 메워 횡포를 부리는 행태가 만연하고, 근본적으로 이를 막을 힘이 있는 게임사는 방조 내지는 오히려 부추긴다. 어쩌면 국산 게임에 대한 젊은 게이머들의 반발심과 거부감도 여기에서 오는게 아닌가 싶다. 현재 1020 세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공정’인데, 이와는 한참 거리가 먼 무언가를 자꾸만 내놓으니 싫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눈앞의 이익이 상당히 크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주요 MMORPG들이 벌어들이는 매출을 생각해보면 기업 입장에서 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콘솔 비중이 확대되고 플랫폼 간 장벽이 허물어지며 트리플A 게임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전과 다른 문법을 고려해볼 때도 됐다는 생각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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