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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영화 옷 입은 로맨틱코미디 등장

인터랙티브 영상기술 기반 게임으로 제작 … 총 6시간 분량, 4개 멀티엔딩 포함해 출시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1.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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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0호 기사]

인터넷 이전 시대 방송 출연진과 시청자들은 엽서나 전화로 소통하는 시대를 살았다. 인터넷이 오면서 이제 댓글을 달고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대가 됐다. 이제 시청자들이 방송에 직접 참가하고, 자막을 달면서 제2의 출연자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영상업계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자 한다. 시청자들이 직접 상황을 통제하고 결말을 결정하는 시청자 편집 시대. ‘인터랙티브 무비’가 최근 주목받는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블랙미러:밴더스내치’나 ‘마인크래프트’ 등을 통해 인터랙티브 무비를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이어 자사가 투자한 대표작들을 기반으로 스핀 오프를 제작, 인터랙티브 무비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본편 드라마를 홍보하고,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이어 전 세계 기업들이 이 시장에 도전하는 가운데, 한 국내 인디 제작자들이 인터랙티브 무비형 게임을 제작했다. 이들이 제작한 게임 ‘모태솔로’는 지난 12월 30일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 형태로 출시됐다. 이어 콘텐츠 보강과 번역 과정 등을 거쳐 상반기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한다. 국내 인터랙티브 무비형 게임 시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모태 솔로’를 들여다 봤다.
 

유저가 곧 편집자 ‘인터랙티브 무비’
인터랙티브 무비는 영화를 진행하던 도중 ‘분기’가 일어나며, 각 ‘분기’가 결합돼 각각 다른 형태로 진행하는 장르다. 게임에서 특정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내용이 변하듯, 영화 내용이 변한다. 영상으로 진행하는 ‘비주얼 노벨’을 상상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
 

연기혼을 불태우는 주인공, 볼 때마다 얼굴이 붉게 닳아오르는 매력이 있다
▲ 연기혼을 불태우는 주인공, 볼 때마다 얼굴이 붉게 닳아오르는 매력이 있다

‘모태솔로’는 총 6시간이 넘는 분량을 선보이는 인터랙티브 무비다. 영상을 보면서 곳곳에서 선택지가 튀어 나오며, 각 선택에 따라 분기가 갈리면서 결말까지 도달한다. 일반적으로 1개 영상을 보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여기에 현재 해피 엔딩과 배드 엔딩이 각각 2개씩 존재한다. 넓은 의미에서 주연과 캐릭터는 같지만 결말이 다른 영화 4편을 보는 것과 유사하다. 대신 영화 속 진행과정이 겹치는 경우가 잦아 각기 다른 영화로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시작부터 실수연발 ‘모태솔로’의 위엄
주인공 ‘기모’는 29살 모태솔로다. 남중, 남고, 공대, 군대, IT회사 테크트리를 탄 완벽한 모태솔로.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본 캐릭터란 설정이다. 어떻게든 모태솔로를 탈출하기 위해 발악하는 캐릭터다. 이 주인공이 친구를 통해 소개팅에 나서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유저는 관찰자 시점에서 ‘기모’를 바라보면서, 내용을 전개한다.
‘기모’는 옷차람이나 외모는 배우다. 발성도, 톤도 명확하며 표정도 다양해 겉보기만으로는 결코 모태솔로로 상상하기 어렵다.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제작자는 ‘행동’에서 변화를 주고자 했다.
 

끔찍한 함정들 사이에서 부끄러움을 떨쳐낼 방법은?
▲ 끔찍한 함정들 사이에서 부끄러움을 떨쳐낼 방법은?

행동상에서 ‘기모’는 답이 없다. 소개팅을 망치려고 작정한 인물 같다. 하는 말마다 ‘실수’를 반복하기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가능한한 멀쩡해보이는 답안지를 선택하더라도 언제 실수를 할지 모르는 노릇이다. 실수를 반복할 때 마다 소개팅 파트너의 호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며, 호감도가 바닥나면 배드 엔딩으로 직행한다.
다행히 소개팅 파트너는 강철멘탈 소유자로, 웬만한 기행도 모두 참아낸다. 파트너가 참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면 시간을 돌릴 수 있으므로 너무 심려하지는 말자.

로맨틱 코미디의 패착
‘모태솔로’는 로맨틱 코미디 플롯을 따른다. 전반적인 드라마 플롯은 ‘모태솔로’인 주인공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면서 ‘억지 웃음’을 유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어 ‘마음만은 착한’설정으로 상처를 봉합하려 시도하며,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구조가 기본이다.
기본 구조상 ‘모태솔로’는 사랑에 성공하는 방법이나, ‘연애를 배우는 방법’을 보여주기 보다는 캐릭터를 ‘희화화’하는데 주력한다. 고급스런 방법 대신 흔한 클리셰들을 대거 채용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정보를 얻고 모태솔로를 탈출해보자
▲ 스마트폰을 활용해 정보를 얻고 모태솔로를 탈출해보자

같은 맥락에서 게임의 백미가 돼 줄 선택지는 주인공을 희화화 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모태솔로’를 괴롭히는 100가지 방법을 나열한듯한 착각마저 드는 수준. 대체로 ‘모태솔로’에 몰입하는 이들은 ‘굴욕’과 ‘치욕’을 번갈아가면서 맛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한 발 떨어져서 ‘남의 일’로 즐길 수 있다면 즐겁게 시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TV나 영화에서 유행하던 B급 로맨틱 코미디를 채용한 게임은 이미 시장에 다수 등장한 바 있다. 대부분 흔적 조차 남지 않고 사장되는 경향이 짙다. 영화의 힘을 빌은 실사 콘텐츠는 다를 수 있을까. 이들의 시도를 주목해 보자.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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