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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의 ‘숙제 방송’ 이대로 괜찮을까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1.15 18:41
  • 수정 2021.01.1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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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를 넘어서 ‘보는 게임’에 열광하는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게임과 관련된 영상을 제작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구독자 100만 명을 넘는 게임 인플루언서들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굳이 100만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충성도 높은 유저를 다수 보유한 인플루언서 역시,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마니아 구독자를 모으면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인플루언서 그 자체를 좋아하는 팬덤이 만들어진지 오래고, 그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열성 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인플루언서를 통한 홍보, 마케팅에 게임사들 역시,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주로 하는 게임 장르를 분석하고 자신들이 론칭하려는 게임과 성향이 맞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인플루언서에게 홍보, 마케팅을 의뢰한다.

소위 말하는 ‘숙제 방송’이 그것이다. 한 달 이상 계약을 기본으로 인플루언서에게 자신의 게임을 하루에 몇 시간 이상 플레이를 해달라는 것이 ‘숙제 방송’의 골자다. 인플루언서의 구독자와 인기 등에 따라서, 한 달에 적게는 수백 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 만 원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일단 그들이 그 게임 ‘숙제’를 하는 동안 대부분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던 전례가 있다. 게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한 한 마케팅 담당자는 “공중파를 통한 무작위한 CF보다, 그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직접 어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대비 효과가 매우 좋다”며 “앞으로도 인플루언서 마케팅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을 론칭 했을 때, 모객적인 측면도 잘 이뤄질 뿐만 아니라, 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생겨난 길드에 충성 유저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자 역시, 이런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인정한다. 가장 직관적으로 타깃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지금까지 보여준 문제 중 하나는 이들이 ‘숙제 방송’을 하는 동안에 너무 빠르게 최상위 콘텐츠만을 집중 공략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숙제 방송’은 MMORPG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된 모바일 MMORPG 대부분이 아이템과 캐릭터, 펫 등 다양한 뽑기를 거의 대부분 지원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캐릭터 육성 자체가 달라진다. 좋은 아이템과 캐릭터, 여기에 펫까지 장착한 인플루언서들은 그야 말로, 그 서버 내에서 왕처럼 군림한다.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이 경쟁 심리를 갖고 ‘숙제 방송’에 임하기 때문에 누가 ‘레어’한 아이템을 획득하면 그것과 동일한 아이템 획득을 위해 수백 만 원에서 수천 만 원까지 현금을 쓰는데 주저함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을 대거 고용하면서 게임 론칭 전부터 그들 간의 경쟁 구도를 미리 짜놓는 게임사들의 전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팬심으로 그 인플루언서를 따라온 유저들도 그를 따라, 과금을 무리하게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숙제 방송’의 계약 종료다. 계약이 종료되면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이 다시 자신이 주력으로 하는 게임 방송으로 넘어가면서 남겨진 유저들만이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때, 매출 순위도 같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순익분기점(BEP)를 단시간에 넘겨서 리스크를 줄였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수년간 개발했던 게임의 수명이 3~6개월로 끝나버리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인플루언서의 이탈과 상관없이 꾸준함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아주 드문 사례지만, 그렇게 롱런을 하고 있는 게임이 존재 한다. 결론은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만 게임을 끌고 가려는 생각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인플루언서들의 방송 진행도 ‘경쟁’, ‘육성’ 등을 벗어나 유저들에게 어떻게 재미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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