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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시장 한계, 일본 게임계도 고뇌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1.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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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임 시장은 ‘성숙한 게임 시장’이란 이미지가 있다. 지난 1980년대 닌텐도가 성공한 이후 기라성같은 게임 개발사들이 등장했고 시장을 이끌었다. 소위 ‘오타쿠’문화가 자리잡아 ‘충성 고객’들이 뿌리를 지탱한다. 게다가 인구 수 1억 명이 넘어가는 국가로 잠재력도 크다. 덕분에 일본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가진 국가로 이미지를 굳혔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기준 일본 게임 시장은 20조 원을 넘어 섰고, 전 세계 3위 시장에 해당한다. 

과거 국내 게임 개발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일본 게임 시장을 ‘부러워’했다. 탄탄한 내수 시장이 존재한다면 리스크가 줄어 들며, 다양한 게임을 발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국내를 대표하는 한 게임 개발 PD는 일본 시장을 ‘로망’이자 ‘목표’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일본 게임 업계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4일 스타 개발자 하라다 카즈히로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일본 시장 역시 내수 문제로 고뇌한다. 하라다PD는 ‘철권’시리즈 메인 디렉터로 다년간 히트작을 발매한 게임 개발자다. 최신작인 ‘철권7’은 글로벌 약 700만장 판매고를 돌파하면서 시리즈 명성을 입증키도 했다. 그는 ‘대형 PC & 콘솔 타이틀들’은 일본 내수 시장만으로 개발비를 충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유는 이러하다. 현재 일본에서 개발중인 대형 프로젝트들은 개발비 30억 엔(약 320억 원)을 넘어 선다. 요즘에는 개발비가 더 들어 간다. 때문에 500만 장이상 판매고를 올려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일본에서 100만 장 ~ 200만 장이 판매되면 소위 ‘대박’인 시장이다. 나머지는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  

하라다PD는 자신이 개발한 작품들도 내수대비 해외 시장 비율이 7:3으로 해외의존도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상 ‘내수’에 의존하는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실제로 이에 의존하는 개발사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버렸다고 말한다.결국 일본도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내수 시장 한계에 고민하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글로벌 게임 시장을 공략한다. 하라다PD 사례 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SNS를 통해 각국 팬들과 소통한다. 론칭 단계에서는 각국을 방문하며 론칭쇼를 열고, 팬들을 결집 시킨다. 그렇게 점차 글로벌 팬들이 늘어나며, 다시 팬들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게임을 발전시켜 나간다. 실제로 하라다PD는 매 년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인터뷰하며, 강연을 하는 등 끊임 없이 자신을 각인시킨다. 오래된 글로벌 시장 공략 비법인 셈이다. 

과거 한 아프리카 게임 개발자를 인터뷰 했던 때가 있다. 그는 유니티로 간단한 러닝 게임을 개발했다. 아무도 자신을 가르쳐 주지 않아 고생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한국에 도착해 게임을 배우는 것. 더 많은 것을 배워 고향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각자 주어진 조건은 다르다. 누구에게는 열악한 아프리카의 환경이, 누구에게는 열렬한 마니아들이 넘쳐나는 내수 시장이, 누구에게는 콘솔불모지란 오명을 가진 시장을 갖고 태어난다. 각자 고뇌하며, 몸부림친다. 다만, 탄식하며 한 자리에 머무는 자와 앞으로 나아가는 자들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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