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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돌아온 ‘삼국군영전’, 추억 소환 실패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대적 투자, A급 게임으로 탈바꿈 시도 … 시리즈 장점 마저 바꿔 버린 게임성에 팬들 경악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1.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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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1호 기사]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은 시대를 뛰어넘는 콘텐츠다. ‘삼국지’하면 코에이가 개발한 그 게임을 연상하는 유저들이 다수인 것은 사실. 그러나 고전 게임 시대를 즐겨온 몇몇 게이머들에게 각인된 이름이 있다. 바로 ‘삼국군영전’이다. 초기 게임 시장에 등장해 게이머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 이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유저들 사이에서 널리 플레이되는 명작이다.
유저들이 직접 나서서 한글화를 하고, 국내 유저들의 취향에 맞게 커스텀 버전을 배포하는 등 이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여전히 왕성하게활동중이다. 이는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잘 만든 게임은 역시 세대를 초월하기 마련이다. 2007년부터 같은 게임을 즐겨온 마니아들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마니아들조차 포기하던 ‘삼국군영전’시리즈 신작이 등장. 스팀을 통해 정식 발매됐다. 개발사마저 해체돼 사라졌던 시리즈가 돌아 왔다면 그 기쁨은 배가될 터. 그러나 오랫동안 후속작을 기다려온 유저들이 마주한 현실은 잔혹했다.
 

유저조이테크놀로지는 지난 1월 12일 스팀을 통해 ‘삼국군영전8’을 론칭했다. 전작 ‘삼국군영전7’이후 14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들은 14년전 시리즈 개발팀인 오딘 소프트를 인수, 과감한 투자와 함께 ‘삼국군영전7’을 발매한 전례가 있다. 이어 웹게임으로, 모바일게임으로 다양한 ‘삼국군영전’시리즈가 발매돼 명맥을 이어왔다. 아무래도 팬들은 시리즈 정통성을 지닌 PC버전을 원하는 것이 사실. 14년만에 염원은 현실이 됐다. 팬들은 광분했다. 국내 팬덤들 역시 마찬가지. 출시 직후국내에서 한글화팀이 가동됐고 당일 독음 패치가 등장했으며 현재까지 한글화 패치팀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완벽 한글화를 목표로 활동할 정도로 이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인디게임 대형프로젝트로 변신
‘삼국군영전’시리즈는 사실상 B급 작품으로 인디게임에 준하는 리소스로 게임을 개발해온 프로젝트다. 유저조이테크놀로지가 이 I·P를 인수하면서 시리즈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표방한다. 과감한 투자와 함께 전체 그래픽을 갈아 엎고 대형 프렌차이즈에 도전할만한 업그레이드에 성공한다. 이를 위해 전체 엔진을 새로 개발, 소위 차세대 엔진에 준할만한 퀄리티로 시스템을 개편했다.
 

엔진을 개편하고 대대적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단행한 신작 ‘삼국군영전8’
▲ 엔진을 개편하고 대대적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단행한 신작 ‘삼국군영전8’

여기에 대규모 전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했다. 전반적인 그래픽퀄리티는 코에이시리즈에 비견할만하며, 내부 콘텐츠 분량도 증가했다. 게임을 개발한 유저조이테크놀로지역시 대만 증시에 상장된 대형 개발사도 대대적 투자를 단행했다. 사실상 인디게임 사이즈를 벗어난 프로젝트가 됐다.

팬들 등진 게임성에 ‘화들짝’
새로운 개발팀과 대대적 투자가 있었던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나 팬들은 오히려 분노를 쏟아 낸다. ‘삼국군영전8’은 제목만 ‘삼국군영전’일뿐 게임성은 아예 다른 게임이 된 점이 가장 큰 지적 요소다. 전통적으로 ‘삼국군영전’ 시리즈는 RPG에 가까운 성장 요소와 함께 소수 무장들의 병종을 성장시키고, 기능을 개발해 중원을 호령하는 게임이었다. 통제된 환경에서 스킬 위주 싸움과 병종 편제를 통해 밸런스를 잡았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핵심인 시리즈다.
 

고전 게임급 그래픽이지만 가볍게 즐기는 게임성으로 극찬을 받은 ‘삼국군영전’ 시리즈
▲ 고전 게임급 그래픽이지만 가볍게 즐기는 게임성으로 극찬을 받은 ‘삼국군영전’ 시리즈

‘삼국군영전8’은 이 틀을 뒤엎어 아예 ‘토탈워’시리즈나 ‘코에이 삼국지’시리즈를 연상케하는 변화가 있었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발생하며, 끊임 없이 마우스를 움직여 상대와 스킬 대결을 하는 형태가 근간이다. 여기에 QTE이벤트를 동원 미친 듯이 키보드를 누르면서 싸우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화된 게임이다. 사실상 제목만 ‘삼국군영전’일뿐 아예 다른게임으로 봐도 무방할만한 변화가 진행됐다.
팬들은 이에 광분했다. 호쾌한 전투와 빠른 진행은 오간데 없고, 느리고 더딘 게임성으로 사실상 ‘토탈워’ 마이너 버전에 가깝다는 지적들이 줄을 잇는다. 게임 평점은 한없이 추락하며, 유저들은 오히려 과거 시리즈로 돌아가거나, 차라리 시리즈 마니아들이 내놓는 게임 모드를 기대하는 형국이다.

대대적 수정에 돌입한 프로젝트
유저들의 혹평이 계속되자 서비스 첫날 패치를 내놓았고, 이튿날에는 대대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이 밝힌 사과문에 따르면 과거 ‘삼국군영전’시리즈를 개발했던 개발팀이 단 한명도 남아 있지 않으면서 나온 문제라고 개발팀은 밝혔다. 유저들의 이야기를 듣고 게임을 개발하지 못했던 문제로 항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게임을 뜯어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이들은 유저들의 지적을 극각 반영해 대대적인 업데이트에 돌입했다. 이들은 3일 단위로 밸런스를 뜯어 고치고 있으며, 메이저 업데이트를 계속하면서 팬들과 호흡하는 과정을 진행중이다. 바닥을 뚫을 것 같았던 게임 평점도 조금씩 회복되는 단계에 돌입했다.

▲ 달라진 전투 시스템과 육성 시스템에 혼선

‘삼국군영전’시리즈와 같은 인디게임들을 얼핏 보면 허술한 게임처럼 보여, 쉽게 개선이 가능한 프로젝트처럼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팬들은 그 ‘허술함’을 알고서도 시리즈를 즐기기를 택한다. 완벽한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인디게임에 투자를 하고, 업그레이드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고민해봐야할 문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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