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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진여신전생3 녹턴, 세계멸망 그 이후 홀로 남은 자의 사투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1.27 18:29
  • 수정 2021.01.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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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세계가 멸망 했다. 딱히 특별한 징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 병문안을 왔을 뿐이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은 멸망한다.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일단 살아 남아야 한다. 대체 세상은 왜 멸망한 것일까. 돌이킬 수는 없을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홀로 남은 주인공에게 시련이 다가 온다. 

‘심연’속으로 향하는 여행

일반적으로 게임은 ‘희망’과 ‘행복’을 추구한다. ‘시련’과 ‘위기’가 다가오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극복하며, 이를 통해 얻는 카타르시스가 메인 콘텐츠다. 그러나 ‘진여신전생3 녹턴 HD 리마스터(이하 진여신전생3)’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세기말. 모든 것이 황폐화된 세계. 인간은 종말을 맞이하고 악마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제 악마들의 세계 속에서 주인공은 생존한다. 외눈박이 세상에서는 두 눈을 가진자가 비정상이라고 했던가. 악마들의 세계 속에서 주인공은 고뇌한다. 주인공마저 서서히 악마들의 세계에 물드는 가운데, ‘약속된 시간’을 향해 달려 간다.

멸망 이후 세상은 각박하다. 등장 캐릭터들은 주인공을 협박, 갈취, 회유, 유혹 등으로 시련에 들게 한다. 저마다 ‘옳은 세상’을 이야기하며 선택을 강요한다. 스크립트를 쓴 개발자 이토 류타로는 키보드대신 송곳을 들었다. 날카로운 풍자와 이야깃거리로 삼아 주인공, 즉 플레이어를 콕콕 찌른다. 플레이어는 여러 선택지로 화해를 구해 보지만 개발자는 단호하다. 불편한 이야기가 한 가득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 가는 길이 유일하다.

개발자는 총 다섯 개 엔딩을 제공한다. 어느 하나는 꼭 선택하도록 만든다. 모든 엔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각 엔딩에 도달할 때 까지 주인공의 여정과 선택이 결과를 초래한다.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속아 엔딩 당할 수도 있음은 감안해야할 부분. ‘선택의 무게’를 깨달을 시간이다.

 

‘진여진전생3’ 플레이 흐름은
‘진여진전생3’에서 주인공이 겪는 여정은 RPG방식으로 표현됐다. 플레이 스타일은 고전 RPG에 가깝다. 당시 시대상황은 3D게임 초반기로, 2D RPG에 3D기술을 접합해 개발한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주인공을 조작해 움직이다 보면 맵 상에서 랜덤으로 적을 만난다. 조우한 적과는 턴제 전투를 치른다. 전투 과정에서 ‘소환수(악마)’를  동료처럼 활용. 스킬을 조합해 활용해 진행한다. 한 전투가 끝나면 경험치를 얻고, 주인공과 ‘소환수(악마)’들이 서서히 성장한다. 단, ‘소환수(악마)’는 일종의 ‘등급’이 존재하는 편. 상위 등급일수록 강력한 스킬을 쓰고 배울 수 있어 점점 강한 ‘소환수(악마)’로 업그레이드 하는 재미를 담는다. 
이 과정에서 철저히 설계된 게임 밸런스에 따라 손에 땀을 쥐는 전투를 거듭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개발자가 안배한 전투 공식을 파해해 나가면서 게이머들이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게임을 파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해보는 재미가 압권이다.

전략적 출시 감행한 리마스터 버전

‘진여신전생3 녹턴 HD 리마스터(이하 진여신전생3)’는 지난 2003년 출시된 작품을 HD화질로 변경한 작품이다. 그 시절에는 최고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라고 하나 18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보면 역시 ‘고전게임’에 속한다. 신규 버전에서는 일부 사운드가 추가됐고 연출이 추가된 수준에서 머문다. 최신 게임 기준으로 보면 미흡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발매된 이유는 탄탄한 마니아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여신전생3’은 지난 2020년 메타크리틱 최고 평점을 기록한 ‘페르소나5 로얄’과 흐름을 같이 하는 게임이다. ‘페르소나’가 밝고 유쾌한 게임으로 여러명을 움직인다면, ‘진여신전생’은 우울한 시나리오라인을 따라가며 주인공의 여정을 다룬다. 두 게임이 비슷하면서도 극과 극을 다루는 게임인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페르소나’시리즈가 잇달아 발매된 상황. 때문에 ‘페르소나’로 분야에 입문한 ‘신규(?)’팬층이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계산이 있다. 이번 시리즈로 인기를 다시 한번 끌어 모은 뒤 다가올 ‘진여신전생’신작에도 판매량을 끌어 모으기 위한 계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은 사실 별다른 수정을 거치지 않았다. 크게 공수를 들이기 보다 그저 게임을 발매하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 경향도 있다. 사실상 '신작'이라기 보다는 '돈 내고 받는 팬서비스'를 연상케 한다. 

불합리한 게임 진행 감당할 수 있어야 재미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 게임에 관심을 가진 유저들이라면 과거 추억을 소환하고 싶거나, ‘페르소나’시리즈로 유입된 유저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팬층이라면 굳이 리뷰를 읽을 필요 없이 시작 버튼을 누르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가치가 있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스토리라인과 성장요소, 파고들기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 고전게임인 만큼 역시 불편한 게임 인터페이스와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게임 난이도는 각오해야할 부분이다. 기반 시스템만 놓고 보면 '진여신전생3'에 활용된 기술들을 업그레이드해 '페르소나3(2006년)'을 제작한 것처럼 보인다. '페르소나3'을 즐겼던 유저들이라면 이 게임 역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진여신전생’, ‘페르소나’시리즈를 전혀 모르거나, 그저 신작 게임을 찾고 싶은 유저들이다. 이에 해당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게임은 고전RPG다. 현 시점으로 보면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게임 스타일로 점철돼있다. 대표적인 요소들을 꼽자면 게임은 특정 지점에서만 세이브가 가능하다. 자동세이브는 존재하지 않는다. 맵 상에서 한두시간 연속으로 헤메도록 설계돼 있는데, 세이브포인트를 발견할 때 까지 게임을 저장할 수 없다. 

난이도도 만만치 않다. 자칫 실수하거나 운이 나쁘면 한두방에 주인공이 죽는 상황도 빈번하다. ‘하드 난이도’로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에는 이 상황이 더 빈번하다. 몇 시간동안 공을 들여 이동하다가 목표 지점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몇 시간을 걸어 가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퍼즐이다. 기억력의 한계를 실험하는 퍼즐이나, 인간의 습관을 묘하게 활용하는 퍼즐들이 맵 상에 배치돼 있다. 스케일도 남다른데 게임상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한 미니게임은, 이 미니게임만 연속으로 몇 시간동안 고민해서 풀어야 한다. 당연히 중간 세이브는 존재하지 않으며, 도중에 그만두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성장도 까다롭다. 게임을 보다 편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각 소환수를 조합해 특정 스킬들을 가진 소환수를 만드는 과정이 필수다. A소환수가 마나회복 스킬을 B소환수가 공격스킬을 보유해 두 소환수를 조합한다고 치자. 생성될 C소환수가 마나회복과 공격스킬을 동시에 보유할 확률은 랜덤이다. 원하는 스킬로 조합될 때 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상황들을 모두 감내할 수 있다면 '진여신전생3'은 게이머들 뇌리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명작이 될 수 있다. 전제조건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어쩌면 '돈만 버리는 게임'이 될 수 있음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유저 성향에 따라 플레이타임이 다르지만 약 100시간가량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초반부 약 1~2시간 정도 플레이 영상을 본 뒤 구매를 결정하자. 관련해 이 게임을 하드 난이도로 시작하는 일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클리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불합리한 밸런스로 점철된 관계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면 노멀 난이도로 게임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대작과 신작들이 드문 요즘, 고전 게임을 찾게 되는 시기다. 한 때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을 즐기면서 다음 게임을 찾고자 하는 유저들도 다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놓인 유저들이라면 '진여신전생3'은 추천할만한 타이틀에 속한다. 시리즈가 낮선 유저들이라면 아무래도 최신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무장한 게임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 우선 순위상에서 위에 놓을만한 작품으로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반대로 시리즈 팬들이나, '페르소나'시리즈 팬들이라면 굳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심연속을 들여다 보며 정신력을 강화하는 훈련에 도전해 보자. 

<총점>
2003년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본다면 더 없는 명작이다. 그러나 2020년에 발매된 리마스터 제품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본 평점을 책정했다. 
그래픽 (3 점)   : ★★★☆☆☆☆☆☆☆  한 때 극찬을 받았던 연출도 현 시대에서는 어설퍼 보인다
스토리 (8 점)   : ★★★★★★★★☆☆  S급 아이디어, A급 구성, B급 전개. 뜻은 크나 능력이 아쉽다
캐릭터 (6 점)   : ★★★★★★☆☆☆☆  수 백종 악마 등장, 시대를 관통할만한 캐릭터 부재
전   투 (9 점)   : ★★★★★★★★★☆  긴장감 넘치는 설계, 가끔 등장하는 오버밸런스에 한숨 
보스전 (10 점)  : ★★★★★★★★★★  베테랑 게이머도 기도하게 만드는 위엄 
사운드 (4 점)   : ★★★★☆☆☆☆☆☆  유일한 위안은 음성이 추가된 악마들
조작감 (2 점)   : ★★☆☆☆☆☆☆☆☆  고전 게임의 실수, 그마저도 고치지 않은 나태함 
몰입도 (7 점)   : ★★★★★★★☆☆☆  산만한 전개방식,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궁금증 
콘텐츠 (9 점)   : ★★★★★★★★★☆  게임 하나로 몇 달은 즐길것 같은 콘텐츠 분량
완성도 (1 점)   : ★☆☆☆☆☆☆☆☆☆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총점: 59점

한줄평
“오랜 세월에 녹이 슨 전가의 보도. 닦지 않는 다면 무슨 의미인가”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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