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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확/인/ 게임 '중독장치'의 실체

  • 경향게임스
  • 입력 2002.10.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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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대표는 업계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업체들이 ‘중독장치’에 의존, 게이머들을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게이머들이 무의식적으로 혹은 재미 삼아게임에 접속하는 것은 게임업체들이 깔아놓은 함정에 걸려들기 때문이라는 것.

그에 따르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RPG)의 경우 이같은 경향이 특히 심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게임의 경우 스토리 라인이 한정돼 있다. 게임속 상대도 시나리오에 의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RPG게임은 게임속에서 만나는 상대가 프로그래밍된 컴퓨터가 아니라 실제 게이머다. 게임업체가 손을 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가 말하는 RPG게임의 중독장치는 크게 4가지. 게임의 허구성, 채팅, 영속성, 계급 경쟁 등이다. 물론 언뜻 봐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개발 업체들은 이 요소들을 교묘히 이용해 게이머들을 손에 쥐고 흔들고 있다.

첫 번째 ‘중독 메카니즘’인 게임의 허구성을 보면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요즘 게임을 보면 초자연주의 일색이다. ‘클릭’ 한번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는 사이버 세상에 살면서도 게임 소재는 여전히 고대 신화에나 나오는 주술이나 마법, 요정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천편일률적인 소재 구성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홍 전 대표에 따르면 요즘 사회를 보면 불안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에 걸려 세상에 등을 돌린 사람도 상당수다. 게임 업체들은 현실과 먼 소재를 통해 이들을 규합하려 한다. 요컨대 게이머들이 ‘자기 초월’을 느끼도록 해서 점차 자신들의 바운더리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인 셈이다.

게임속 환경이 현실 초월을 느끼게 한다면 채팅은 게이머들에게 존재감을 부여한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게이머는 채팅을 통해 게임이 가상공간이 아닌 진짜 삶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온라인 게임에서 채팅은 없어서는 안될 요소”라며 “게이머들이 무심코 게임에 접속하는 데는 커뮤니티에 기반한 중독장치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일단 자리가 잡히면 게임의 영속성을 통해 빠져나갈 수 없도록 단단히 틀어막는다. RPG게임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과 달리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 게이머가 속한 공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는 게 이 속성의 원리.

때문에 오랫동안 게임을 하지 않다가 접속해 보면 주변이 많이 변한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레벨은 변함이 없는데 같이 시작한 동료는 자신보다 높은 레벨에 올라있다. 이 경우 대부분의 게이머는 자극을 받아 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여기에 적당한 양념을 곁들이면 효과는 더욱 증가한다. 주로 게이머간의 경쟁이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오프라인과 달리 게임 공간은 레벨이나 보유 아이템에 따라 자신의 신분이 결정된다. 초보자들에게 있어 고수는 항상 경외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캐릭터가 주변에서 인정을 받으면 출세한 것인 양 거들먹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서울 K중학교에 다닌다는 김모(15)군은 “아직은 학생 신분이라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게임에서는 다르다”며 “게임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스템에는 교묘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쉽게 레벨이 오르는 초보자와 달리 어느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은 레벨 상승에 애를 먹게 된다. 게임업체는 이같은 점을 노린다. 요컨대 게임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도록 게이머를 부추긴다는 것.

홍 전 대표는 “자신이 속한 게임공간에서 타인의 부러움을 사기 시작하면 더더욱 많은 시간을 들여 상승하고픈 욕구가 생긴다”며 “바로 이같은 심리를 게임업체가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도 되면 게이머가 게임을 중단하기란 삶은 포기하는 것만큼 어렵다. 결국 현실과 게임이 뒤바뀌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번지기도 한다. 현실이 게임을 지속하기 위한 보조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셈이다. 게임을 위해 생업을 버리거나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자살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게임업체들이 중독장치에만 몰두하다 보면 오래지 않아 업계가 자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지나치게 중독성에만 의존하다 보면 콘텐츠의 질이 떨어져 규제가 들어올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용자가 떠나기 때문에 결국에는 개발자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게임 개발업체들은 필요성은 알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S게임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게임의 성격은 시나리오, 경쟁시스템, 등급, 레벨상승에 따른 조건, 아이템, PK 처벌기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지만 상당수 영세 업체들은 아직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중독장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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