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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치료 효과 주목, 디지털 치료제 신사업 ‘꿈틀’

2017년 미 FDA 게임 치료 효과 인정 후속 개발 잇달아 … CES 통해 신규 제품 대거 공개 시장 형성 주목
식약처 가이드라인 준비 완료, 게임 업계 ‘환영’의사 표명 … 국내 기업 개발 돌입, 2023년 본격화 예고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2.15 13:05
  • 수정 2021.02.1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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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2호 기사]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학계도 동시에 발전한다. 과거 물리적 치료를 근간으로 하던 이 분야는 이내 바이오(화학 등) 기술로 비약적 발전을 일궈냈고, 이제 디지털 기술을 근간으로 또 한 차례 도약하는 단계다. 그 일환으로 주목하는 치료 기법이 바로 ‘디지털 테라피’다. 기존 하드웨어에 근간한 기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한 방식 역시 치료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연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검증이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분야는 바로 게임.
이용자들이 장기간 꾸준하게 즐길 수 있기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시장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미국이 잇달아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식약처를 필두로 각 의료기관, 재활단체, 학계 등이 뜻을 모아 신규 개발에 나섰다. 올해 첫 제품이 상용화 단계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신시장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계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한 분야로 디지털 치료제를 편성했다. 구체적인 분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헬스케어’다. 각 기능을 수반하면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아 공식 판매 절차를 밟게 된다. 이들이 예상하는 분야는 생각보다 더 넓다. 주로 정신건강 분야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우울증, PTSD 등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행동교정, 암, 심뇌혈관 등 중증 만성 분야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존 치료 기기들이 동기부여에 한계가 있고,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분야로 차세대 산업군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의료계 한계를 돌파하는 전환점
KEIT 박지훈 PD는 디지털치료제가 ‘근거(데이터)’에 기반한 치료적 중재(evidence-based therapeutic intervention)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고 설명한다.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질병 치료 효과가 있기 때문에 1세대 치료제(알약 등 저분자 화합물), 2세대 치료제(항체, 단백질, 세포 등 생물 제재)에 이어 이미 3세대 치료제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독성이나 부작용도 없고, IT기술 개발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용이 매우 적으며, 알약 등과 달리 복용(이용) 사실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며, 연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분석이 가능하며, 환자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봤다. 이로 인해 의료계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박 PD는 설명했다.
 

인데버RX는 미 FDA승인을 받은 게임으로 디지털치료제 효과를 입증받았다
▲ 인데버RX는 미 FDA승인을 받은 게임으로 디지털치료제 효과를 입증받았다

게임 치료제 효과 탁월
최근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 ‘링 피트 어드벤처’는 이 같은 기능들을 동시에 수반하는 헬스케어 상품이다. 집 안에서 요가나 피트니스와 같은 간단한 동작들을 따라 하면서 다이어트 효과와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저가 직접 주어진 수치를 보면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점도 중요한 장점 중 하나.
미국에서 발매된 ‘인데버RX’는 ADHD 치료 효과가 탁월한 제품으로 이미 승인을 받았다.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집중 효과를 나타내며 점진적 치료를 통해 행동에 개선이 일어나는 솔루션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기존 책이나 그림을 활용하는 치료와 달리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치료에 임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 분야 솔루션들이 점차 고도화될 경우에 치료와 엔터테인먼트가 병행되는 효과가 갈수록 증대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디지털치료제 분야를 두고 이미 M&A와 투자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 디지털 치료제 분야를 두고 이미 M&A와 투자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정부, 가이드라인 준비 완료 ‘심의’접수 환영
이 같은 현상들이 번져나가면서 우리 정부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 벗고 나서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식약처는 이른바 ‘차세대 의료기기 프로젝트’를 가동. 국내외 기술 개발기업들에게 개발을 장려하고 심사를 돕는 프로젝트에 한창이다. 그 일환으로 디지털치료제를 선정하고 국내에서 정식으로 상용화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미 지난해 디지털치료제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 현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심의를 접수하는 단계다.
이 실무를 담당한 식약처 한영민 주무관은 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주고, 개발 방향성을 문의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주로 프로젝트 진행 방향을 설명하고 ‘의료기기’에 해당되는지를 묻는 질문이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뉴냅스’와 같은 기업들이 이미 허가를 받아 통과됐고 다른 기업들의 참가도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한영민 주무관은 “게임 분야에서도 연구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참가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식약처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만 따라준다면 어느 기업이든 제약 없이 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효과 증명 등 한계도 존재
반면 이 같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준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의약품으로 입증받기 위해서는 다년간 임상효과를 거쳐 제품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미국에서 이미 결과를 입증한 ‘인데버RX’는 총 5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 효과를 입증해 의료기기가 됐다. 국내에서도 개발된 제품들이 이 과정을 밟아야 공인을 거쳐 의료기기로서 인증을 받게 된다. 현실적으로 게임 기업 단독으로는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인허가 과정 중 임상시험이 어렵다고 답했다
▲ 기업들은 인허가 과정 중 임상시험이 어렵다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 대두, ‘선점’효과 노려야
의약계가 이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신약을 개발한 뒤 ‘로열티’사업이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 이 시장을 먼저 선점한 뒤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약계 교수는 국내 게임 개발회사들과 의약품 개발사들 간 제휴가 일어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두 업계가 힘을 합쳐 신기술을 개발하고 유통 채널을 공유하는 한편, 약계가 고객 관리와 비즈니스를, 게임계가 신규 업데이트와 버전 관리를 담당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관련해 미국 시장 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18년 기준 2,121억 달러(2조 3천억 원)에서 오는 2026년 9,696억 달러(10조 7천억 원)으로, 연평균 2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시장이나 레퍼런스가 확보되면 급속도로 성장할 시장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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