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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스포츠 매니지먼트게임 '팀파이트 매니저', 단기 중독성 훌륭 콘텐츠 분량 아쉬워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3.02 17:57
  • 수정 2021.03.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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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매니지먼트 장르는 구단을 운영해 팀을 정상의 위치까지 올리는 재미를 추구한다. 보통 유명 팀이나 선수들을 게임에 등장시켜 몰입감을 잡고, 이 선수들을 기반으로 전술을 짜고 육성을 하며, 더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가 핵심이다. 이미 '축구', '야구', '미식축구'를 비롯 대부분 스포츠를 소재로한 게임들이 등장했다. e스포츠 분야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한 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떤 '마이 스타리그'와 같은 게임들은 현재까지도 고정 팬들이 존재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대세 게임을 근간으로 매니지먼트를 시도하는 게임들도 존재했지만 '저작권'문제로 대부분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사장됐다. 

이런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등장한다. 국내 인디게임 개발팀 팀 사모예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3월 2일 스팀을 통해 자사 게임 '팀파이트 매니저'를 공개한다. 이 게임 역시 구단의 감독이 돼 팀을 정하고, 선수들을 선발하고, 대회에 나가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아마추어에서 부터 시작해 월드 챔피언십에서 승리하는 구단이 목표다. 

 

밴픽 두뇌싸움이 백미

'팀파이트 매니저'는 가상의 게임 '팀파이트 아레나' 대회에 참가하는 e스포츠 팀 감독이다. '팀파이트 아레나'는 각 선수들이 개별 캐릭터를 움직여 서로 데스 매치를 펼치는 게임이다. 아마추어 버전 기준으로 아군 2명, 적군 2명이 함께 출전한다. 출전 직후 '금지할 직업'과 '선발할 직업'을 선택하는 밴픽과정이 이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조합으로 2분 안에 더 많이 죽인 팀이 승리하는 식이다. 이어 승격을 거치면 3:3에서 4:4전투가 열리는 식으로 게임은 발전한다.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뛰어난 '조합'을 확보하는 것. '팀파이트 아레나'에는 현재 총 20종이 넘는 직업이 구현돼 있다. 각 캐릭터별로 다른 특징을 보유한다. 일례로 궁수 캐릭터는 원거리 공격이 특기다. 상대가 따라 붙으면 뒤로 한발짝식 카이팅하면서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 궁극기는 화살 연사. 강력한 데미지 딜링 능력이 특기다. 반면 기사 캐릭터는 방어가 특기다. 강력한 체력과 방어력을 보유함과 동시에, 궁극기를 발동하면 팀 전체 방어력이 오르는 식이다. 이렇게 다르게 설계돤 캐릭터들을 선발해 조합을 짜도록 설계돼 있다. 

단순 논리로 보면 게임은 쉬워보인다. 원거리 공격이 강한 적은 암살자 캐릭터에 약하다. 암살자 캐릭터는 근거리 탱커형 전사에 약하다. 근거리 탱커형 전사는 원거리 마법사에 약한 식. 서로 맞물린 밸런스를 구현한다. 여기에 각 캐릭터를 조합하면 밸런스가 변화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 번 같은 조합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 설정상 '팀파이트 아레나'를 개발하는 개발진들이 수시로 승률을 체크해 인공지능이 이를 자동으로 패치한다. 라운드 진행 이후 휴식기에 패치가 잦은 편이다. 때문에 게임 내 밸런스가 변화하는 식이다. 일례로 기자는 검사, 닌자 조합으로 12연승을 달성했으나 연일 '너프'를 받아 13번째 게임에서 패배했다. 때문에 수시로 밸런스를 점검하고 테스트하고, 흐름을 읽으면서 조합해야 한다. 각자 밸런스가 다르므로 사실상 '직관력'과 '분석력'이 필요한 분야다. 

두뇌 풀가동 '선수 선발'의 묘미

선수별 능력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각 선수들은 공격력, 방어력과 같은 기본 수치(소위 피지컬)을 갖고 게임에 임한다. 동시에 각 선수들이 선호하는 직업이 존재하며, 선호 직업에 따라 보너스 능력치를 얻는다. 일례로 기자가 선발한 '라스칼'은 '닌자'와 '검사'를 선호한다. 해당 직업군을 플레이할 경우 보너스 능력치를 얻으며, 선호 직업이 아닌 직군을 쥐어 주면 보너스 능력치가 사라지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사용 직업군이 넓은 캐릭터나, 개개인별로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영향력이 높은 편이다. 또, 감독이 설계하는 전략에 따라 다른 선수들이 필요하기에 매 시즌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초반부에는 선수 육성 개념 보다 신규 선수 선발 개념에 좀 더 가깝다. 가능한한 스카우터를 자주 파견해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끌어 오는 것이 더 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에 돈이 많지 않은 한 제한된 선수들만 영입 가능하며, 입맛에 맞는 선수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우선 선수를 선발하고 그에 최적화된 작전을 짜는 게임에 가깝다. 

중후반부 부터는 본격적인 매니지먼트가 시작된다. 이제 선수단 운용폭이 넓어지는데, 특정 구단을 상대하기 위한 선수 조합을 연구하는 시도들 까지도 하게 되는 점이 매력적이다. 

패러디게임의 한계

'팀파이트 매니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냄새를 풍기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 전반에 활용되는 선수들은 모두 유명 게임단 소속 선수들의 닉네임을 채용한다. 일례로 기자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월드 챔피언십 MVP는 'Bengi(전 SKT 정글러)'가 차지했다. 기자가 처음 선수를 모집할 떄는 'Rascal(라스킬, 현 KT탑라이너)'이 모집되는 식이다. 대신 캐릭터는 도트화돼 표현된 캐릭터로 이름과는 전혀 상관 없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팀별 로고도 패러디일색이다. 젠지게임즈는 GG게임즈로, T1은 L1로 바꾸는 것과 같은 방법을 택해 우회 적용했다. 이 같은 기법이 게임상에서 조미료 역할을 수행해 마치 e스포츠 감독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유도하며, 이 기분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게임을 시작한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마법이 풀린다. 사실상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팀을 매니지먼트 하는 것이 아니며 게임내 밸런스와 구성도 모두 다르다. 선수 육성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캐릭터를 관리해 육성하는 재미보다는 돈을 많이 벌어 '선수 뽑기'에 주력하는 게임처럼 비춰진다. 선수가 '뽑기 아이템'처럼 보이게 되며, 애정이 식는 순간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의미를 얻지 못한다. 

동시에 같은 캐릭터들이 수백번씩 등장해 전투를 치르는 장면을 구경해야 하는데, 사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화려한 챔피언들이 아니라 리소스 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을 법한 도트 캐릭터들이다. 몇 번 보다 보면 스킵 버튼을 누르고 싶지만 스킵은 되지 않는다. 단순한 반복처럼 느껴지는 구간이 등장해 이탈점을 형성한다. 

정리해보자면 '팀 파이트 매니저'는 빈약한 콘텐츠 볼륨이 아쉬운 게임이다. 2시간이면 기본 틀을 파악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모든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이에 한계를 겪는다. 잘 만든 게임은 화려한 비주얼이나, 선수들의 네임밸류, 가짜 SNS나 사생활 등을 활용해 킬포인트를 집어 넣으려  노력한다. 

반면 실제 라이선스를 따지 못한 '팀파이트 매니저'는 이를 수습할 방안이 묘연하다. 이들은 부족한 콘텐츠 볼륨과 동기부여를 극복하기 위해 '구단 관리'를 핵심 요소로 집어 넣었고, '구단 관리'에는 돈이 들도록 설계돼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즌을 돌려야 하므로 몇 차례나 시즌을 반복해 돌리면 다음 단계로 진출하는 식으로 제한된 볼륨을 길게 뽑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가기 위한 킬포인트가 나오지 않는 한 게임은 한계가 명확하다.

팀파이트 매니저'는 코어 재미를 이루는 대전 시스템과 면밀히 설계된 밸런스덕에 단기적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시간을 좀 더 투입해 게임을 즐기다 보면 콘텐츠가 빠르게 고갈되며 생명력을 잃는 점이 아쉽다. 코어 게임성을 발전시켜 재미를 쌓았다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바꿔 말해 이 게임은 기반 장르가 갖는 기대치에 비해 얼리억세스나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볼만한 단계다. 차라리 개발비를 더 투입하고 콘텐츠 완성도를 끌어 올려 게임 가격을 높이는 선택이 옳지 않았을까.

같은 맥락에서 현재 '팀파이트 매니저'는 정식 버전으로 출시됐다. 사실상 장르와 콘셉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완성도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보면 회차요소나 숨겨진 이벤트, 변수들이 현저히 부족한 형태로 출시됐다. e스포츠 관점에서 보면 선수 육성이나 기업 경영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들이 빠져 있다. 방치형 게임 관점에서 보면 게임은 매 번 선택지를 눌러 줘야하는 점이 불편한 부분이다. 개발팀은 이후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후속 업데이트에서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잡고, 유저들에게 깊은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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