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광화문연가] 게임사들의 연봉 경쟁 ‘약’일까? ‘독’일까?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3.12 15:46
  • 수정 2021.03.12 16:1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친한 중견 게임사 인사담당 부장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올해는 다양한 신작들 출시와 동시에 매출 증대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최근 메이저 게임사들의 연봉 ‘올리기’ 경쟁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신작 출시를 앞두면서 다양한 개발 부문에 인력 충원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메이저 게임사들이 일제히 연봉 상승을 예고하면서 구인 자체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개발자들의 몸값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신규 인력 구인뿐만 아니라, 기존 인력들의 이탈까지 막아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줄 이은 게임사들의 연봉 상승 이유에 대해서 ‘넥슨 신입 사원 연봉 일괄 인상’이 꼽는 이들이 많지만, 정확히 시작은 쿠팡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산업 간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실력 있는 코딩 전문가와 서버 인재 모시기에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메이저 게임사들의 연봉 책정에 대해서는 같은 업계에 종사자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업계 종사자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자가 걱정하는 부분은 비용(cost)의 증가다. 타 산업군에 비해서 게임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 바로 영업이익이다. 예전 온라인게임 주요 매출이었을 때에는 대부분의 기업들 영업이익률이 40%를 상회했다. 모바일게임으로 주요 매출이 바뀌면서 마켓 플랫폼 업체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률 평균 20% 이상을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사는 인프라구축에 자금이 크게 투입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비용이 인력 유지비용에 사용된다. 때문에 급작스러운 연봉 상승은 바로 전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저 게임사 경영진들이 또한 이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연봉 상승을 감행한 이유는 게임사들의 경쟁력이 결국,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좋은 인력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대우를 해야 하고, 그 대안으로 연봉 상승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IT업계는 이직률이 높다. 게임사 역시, 마찬가지다. 수백만 원에도 개발자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대우가 달라졌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로 인해서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기자의 바람이다. 투입 비용을 뽑기 위해서 단기 매출을 올리는 등의 근시안적인 BM(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게임산업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밖에도 게임인력이 메이저 게임사로 집중되면서 신생․중견 게임사들의 구인난이 커져서 빈익빈부익부 등 산업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메이저 게임사 고위관계자는 “비용 증가 부분에 포커싱을 맞추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인재 영입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인재 영입과 양성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재 유치를 위한 무한경쟁 시대가 돌입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들이 단순 연봉만이 아닌, 다른 매력 등으로 업계 종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