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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탐욕과 신뢰의 선택이 필요한 순간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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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5호 기사]

2014년 당시 30세였던 테라노스의 대표 엘리자베스 홈즈는 몇 방울의 혈액으로 200종 이상의 검사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젊고 아름다운 천재 CEO로 언론에 포장됐다. 테라노스는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으며, 2015년의 기업가치는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포브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성공한 여성 CEO로 그녀를 소개했고,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테라노스에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며, 그녀의 자산은 5조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6년 발표 내용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회사는 파산했으며, 현재 엘리자베스 홈즈는 사기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해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원래 마약성 진통제는 말기 암 환자나 통증이 극심한 외상환자에게 사용되는 약물이었다. 그러나 일반 통증 환자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제약회사의 대대적인 광고와 언론 홍보가 진행되면서, 많은 의사가 일반적인 진통제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매년 수만 명이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 쇼크로 사망하고 있다. 제약 회사 중 몇 곳은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 쇼크에 대한 응급처치용 약을 판매해 이중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 의료계는 점점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의 불만이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크게 표현된 적은 없다. 국내 게임 산업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최근 십수 년간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그동안 유저의 불만에 대해서는 많은 제작사들이 외면해왔다. 기업의 영업 비밀, 관행, 문장의 사전적 해석 등을 이야기하며 외면하기에는 유저에게 잃어버린 신뢰가 너무 크다. 십수 년간 의료계와 교육계의 마녀 사냥식 공격에도 게임 업계의 편을 들어주던 유저들이 실망하고 있다.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탐욕으로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는 미국 의료계를 보면서 우리의 탐욕으로 게임이 유저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탐욕과 신뢰의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리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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