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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브리검영 대학 연구진 “청소년 10년간 GTA해도 공격성 없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3.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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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폭력적인 게임을 오래도록 하면 공격성이 증가하는 것일까. 다년간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문제에 한 연구진이 해답을 내놓았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사라 M. 코인 박사 연구진은 지난 2007년 미국 대도시에 거주하던 10세에서 12세 청소년 500명을 선발, 비디오 게임  이용 실태와 그 영향력을 조사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까지 총 12년에 걸쳐 매년 1회씩 학생들과 상담한 뒤 연구 데이터를 축적. 그 결과를 정리해 2021년 공식 발표했다. 

서문에서 연구진은 기존 연구가 ‘종단 연구(장시간 동안 관찰해 결과를 분석)’가 드물고 폭력적 비디오게임 플레이에서 개인의 ‘변동성’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봤다. 때문에 ‘사람’을 중심으로 이들이 실제로 변화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장시간동안 연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을 조사한 뒤 각 학생들을 세 집단으로 분류했다. 일례로 ‘GTA’, ‘콜 오브 듀티’, ‘데드 라이징’ 등을 플레이하는 학생들은 ‘높은 폭력성(A그룹)’으로 배정하는 식이다. B와 C까지 총 3개 그룹을 편성한 뒤 10년간 데이터를 추적했다.

추적 결과 A그룹은 연구 초기 기준으로 폭력적 게임을 즐겨온 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그룹보다 공격성을 평가하는 지표는 더 낮았다. 반면 타 집단 대비 ‘우울’지표가 높았던 점은 참고할만한 부분. 대신 ‘불안’지표가 낮아 게임을 통해 ‘우울함’을 극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A그룹은 전체 4%를 차지하는 집단이다. 이후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는 수치가 줄어들다가 다시 성인이 되면서 폭력적 게임들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들 집단의 공격성은 타 집단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B그룹은 전체 23%를 차지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매년 평균적인 지표를 보여주지만 성인기에 들어서면서 폭력적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A집단에 준할 만큼 하드코어한 게임을 즐기는 집단이 됐다. 이 그룹은 A게임 보다 게임을 적게 플레이하고, 폭력적이지 않은 게임을 플레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성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C그룹은 전체 참가자 73%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캐주얼 게이머 집단에 가깝다. 이들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폭력적 게임을 즐기기는 했으나, 그 수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타 그룹과 비교했을 때 정신 건강상에서도 강점이 있었다. 이들 중 다수는 여성집단일 것이라고 연구진들은 예측했다. 

결과론적으로 연구 결과는 폭력성이나 공격성과 상관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세 집단 모두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겼지만 정신적, 사회적인 수치 모두 편차 내에 들어 있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가장 폭력적인 게임을 즐겼던 집단들이 타 집단에 비해 공격성이 낮은 점이나, 평범한 수치를 보이던 집단들이 갑자기 폭력적 게임을 즐기는 점들은 ‘공격성’과 ‘게임’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데이터에 대해 연구자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일 수 있다. 연구 조건이나 변수상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게이머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이머들은 매 해 등장하는 신작들을 즐긴다. 장르와 게임성을 넘나들며 다양한 게임들을 즐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저 취향에 따라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뿐, 굳이 ‘폭력’이나 ‘공격성’을 목적으로 게임을 즐기지는 않는다. 때문에 초기 폭력적으로 보이는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도 얼마든지 퍼즐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퍼즐게임을 즐겼던 유저들도 얼마든지 GTA나 ‘콜 오브 듀티’를 할 수 있다. 10년 간 취향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이들이 폭력적 게임으로 주장하는 ‘GTA’시리즈는 누적 판매량으로 약 2억 장을 판매했다. 그렇다면 전 세계2억명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며, 범죄자가 됐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런가. 이제 그만 잘못된 가설을 내려 놓고 현실을 직시해야할 때가 아닐까.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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