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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을 위한 후원 마켓 ‘패트리온’ 주목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4.07 17:18
  • 수정 2021.04.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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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1인당 월 5$ 이상 지불하고 콘텐츠 구독형태로 서비스 … 창작자 매주 신규 콘텐츠 선보여 유저 모집 후 안정적 기반 마련

수 많은 방송인들이 유튜브나 트위치 등 방송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진행하며 유저들로부터 구독 요금을 받는다. 많게는 수 억원대 수입을 올리는 방송인들이 적지 않다. 매 방송마다 유저들에게 수익을 거두고, 이어 유튜브를 통해 광고수입을 올리는 모델들이 일반화됐다.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돈을 거둬들이며, 다시 더 나은 창작을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모델이 게임에 통용될 수는 없을까. 한 해외 플랫폼이 이러한 생각하에 플랫폼을 마련, 현재 성공적인 서비스 모델을 보이고 있다. 크리에이터로 등록된 이들만 약 20만 명. 잘나가는 개발자는 매달 억대 수익을 올리며, 팀 단위 활동을 하는 개발자들도 등장하는 추세다. 구독경제 모델이 다음 시대 경제 모델로 자리잡는 가운데,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지금. 해외 사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패트리온(패이트리언)이다. 

패트리온은 지난 2013년 설립된 후원 플랫폼이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올린 뒤 후원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콘텐츠를 배포하는 형태로 발을 뗐다. 메이저 플랫폼들이 독자적 기준으로 콘텐츠를 난도질하며, 규제하는 사이. 창작자들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설립됐다. 창작자들은 선택적으로 익명과 실명을 공개할 수 있으며, 콘텐츠 내용이나 분량은 오직 창작자들에게 맡겨 진다. 대신 유저들이 이를 선택해 원하면 구매하며, 원하지 않을 경우 다른 창작자를 나서도록 설계돼 있다. 창작자들은 입점료로 전체 수익 중 5%를 수수료로 지불한다. 

창작자-구독자 시너지가 성장요인

패트리온은 처음에는 창작자가 원하는 창작물을 위주로 편성해 구독자들을 끌어 모으게 된다. 구독자가 다시 다른 구독자에게 소문을 내기 시작하며, 창작자 본인역시 프로모션을 진행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유저들을 끌어 모은다. 구독자들은 월 단위로 콘텐츠 이용료를 지불하며,창작자들은 구독자가 떠나지 않도록 매 번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구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진행한다. 때문에 창작자들은 구독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게 되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내면서 돈을 벌게 된다. 반대로 구독자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주문하게 되며, 구독자와 창작자가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플랫폼으로서 크게 성장한다. 

패트리온은 예술의 가치를 바꾸는 플랫폼이라 주장한다
패트리온은 예술의 가치를 바꾸는 플랫폼이라 표명한다

 

월 억대 매출 창작자 등장

처음에는 수만원에서 시작한 창작자들도 서서히 성장하면서 덩치가 커진다. 최근에는 월 1만명이 구독하는 패트리온들이 등장하기 시작. 월급 1억 원대 개발자들이 등장하는 추세다. 유명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과거 존로메로와 함께 이드 소프트에서 활약했던 유명 프로듀서 ‘아메리칸 맥기’는 패트리온에서 대박을 친 개발자다. 공포게임 ‘앨리스’시리즈를 개발, EA가 이를 유통한 바 있다. 현재 후속작 ‘앨리스:어사일럼’을 개발중으로 약 3천명 후원자들로부터 월단위 펀딩을 받는다. 그는 개발과정에서 일어나는 비화들과 한정 일러스트레이트, 게임 기획 등을 업데이트하고, 체험판 등을 공개하면서 월단위 구독자를 유지중이다. 장시간동안 구독해준 이들을 위해 특별판을 배포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추후 정식 패키지 판매에도 지장은 없다. 
B급게임 제작자 다크 쿠키는 현재 약 2만 8천명 구독자수를 모았다. 1인당 약 2.5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월평균 7만 5천달러(8,300만 원) 수익을 거둔다. 이 개발자는 1주일에 1~2회 업데이트 소식을 전하면서 유저들을 관리한다. 콘텐츠 개발과정에서 구독자들에게 투표를 받아 업데이트를 결정하며, 해당 콘텐츠를 등록한다. 새로운 의상과, 인게임 이벤트 상황등도 모두 구독자들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 서로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업데이트를 요청하기 위해 이 곳에서 활동한다. 

전설적인 프로듀서 아메리칸 맥기도 패트리온에서 활동한다
전설적인 프로듀서 아메리칸 맥기도 패트리온에서 활동한다

장르, 콘텐츠 구분 없는 활동 주목

소위 동인게임계 대명사 ‘동방프로젝트’시리즈의 2차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유명 애니메이터 마이너스T도 주된 활동처가 패트리온이다. 그는 스팀과 콘솔, 동인사이트 등을 통해 작품을 판매한다. 이에 앞서 자신이 개발하는 애니메이션들의 미공개 일러스트들과 관련 콘텐츠를 공개하면서 이 곳에서 활동중이다. 그다지 활동이 활발하지 않지만 단순히 개발블로그를 정리하는 것으로 구독자들을 얻는다. 전체 구독자수는 약 300명으로 비교적 많지 않지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이들 외에도 글래스캐논(1만명), 레이지드(1만명), 알렉스마세(9천명) 등 다수 개발자들이 활동중이다. 패트리온 상위 약 50걸 개발자들은 월 약 1천 만원 이상 구독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들의 콘텐츠가 반드시 게임 개발에만 특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유명 게임 내 소위 ‘모드’를 만드는 개발자들이나, 게임 디스코드 채팅방에서 활약하는 ‘봇’을 만드는 개발자들, ‘피파21’에 리얼한 캐릭터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드 제작자들이 활동해 수익을 거둬 들인다. 어떤 장르나 방식이든 유저들이 원한다면 매출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소닉 에테르는 마인크래프트 그래픽 패치로 월 6천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다
소닉 에테르는 마인크래프트 그래픽 패치로 월 6천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다

 

선을 유지하는 게임 개발 필요

반면 너무 자유로운 플랫폼이다 보니 규제도 잇달았다. 잔혹한 표현이나 성적인 창작물을 내놓는 등 소위 ‘선을 넘는 콘텐츠’들이 다수 발견되면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 각 게임을 해킹 하는 프로그램들이 유통되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파는 것과 같이 산발적으로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점도 단점 중 하나다. 현재 패트리온 운영측이 해당 콘텐츠를 선보이는 창작자들의 창작소(계정)을 폐쇄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나 재발 가능성이 농후한 점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운영진들은 2020년 말 강경대처를 선언하며 2021년부터 플랫폼 양성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섬머타임사가 개발진들은 게임 내 투표를 통해 업데이트내역을 결정하는 정책을 취한다
섬머타임사가 개발진들은 게임 내 투표를 통해 업데이트 내역을 결정하는 정책을 취한다

현재 패트리온은 창작자들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창작자들과 후원자를 연계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해 보인다.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인디게임 개발팀들과, 학생 개발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지만 여력이 없는 개발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응원하며, 관리하고, 새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며, 유저들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연구돼야 할 때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은 “GIGDC에서 접수된 작품들을 보면 상용화 가능성이 충분하며,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활동하지만 이들이 제대로된 후원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 다년간 연구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소스를 공유하는 공유형 플랫폼을 필두로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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