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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 테익스 투', 협동형 퍼즐게임의 진화

마법에 걸려 헝겊 인형된 부부, 생존위해 집안 탐험 … 팀플레이 통해 서로 도움 주고 받으며 게임 클리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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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6호 기사]

1989년 4천 원에 영화 한 편을 관람하던 시절. 디즈니가 만든 가족영화 ‘애들이 줄었어요’가 개봉한다. 천재 발명가 아버지가 개발한 발명품이 오작동하면서 아이들이 6mm사이즈로 줄었고, 정원에 떨어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나선다.
오래된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착안한 게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출시된 게임 ‘잇 테익스 투’ 이야기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두 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한데. 말 그대로 두 명이 힘을 합쳐 상의하며,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게임은 출시직후 현재까지 전문가 평점 90점, 유저 평점 97점을 기록, 상반기 출시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호평을 받는다. 벌써부터 올해의 게임상 후보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잇 테익스 투’를 확인해 봤다.
 

메이와 코디는 부부다. 서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살았지만 너무나도 다른 성격탓에 부부생활이 위기를 맞았다. 사실상 이혼만 앞둔 상태. 두 부부가 크게 싸운 어느 날. 마법의 기운이 이 두 부부를 강타한다. 두 부부는 헝겊 인형으로 변하고 만다. 영화 ‘토이스토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보다 좀 더 작은 사이즈로 보인다.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 이들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온갖 장애물들이 나타나 여정을 방해한다.

집 안으로 떠나는 여행
두 사람이 변신한 인형들은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만한 크기다. 그렇다보니 집안 모든 사물들은 거대하며, 위협적이다.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동력비행기는 경비행기처럼 보이며, 집안에 전시된 모형 선박은 실제 배 같은 크기다. 생각 없이 쌓아 둔 책 더미는 까마득한 절벽이 되며, 아이를 위해 만들어둔 볼풀은 정글처럼 보인다.
아무리 멀더라도 일단 집 안.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갈 수는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길을 가다 만난 ‘첫 보스’는 오래된 진공청소기다. 아빠 캐릭터가 청소를 하던 중 이상한 물체를 빨아들여 고장난 상태다. 이를 오랫동안 창고에 쳐박아 둔 점에 청소기가 화가 났다. 고쳐줄 수 있다고 설득해 보지만 청소기는 멈추지 않는다. 순식간에 주인공들을 빨아 들여 청소기 본체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 스테이지는 ‘청소기 몸 속’이 배경이다.
 

▲ 집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사물이 퍼즐로 변신한다

익숙한 사물을 퍼즐로 만들다
‘잇 테익스 투’속 세상은 익숙한 사물을 다른 각도로 재해석해 만들어 낸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첫 스테이지 청소기 속은 청소기 특성을 활용해 개발해 냈다. 청소기가 물건을 빨아들이거나 바람을 내 보내는 것과 같은 특성을 활용. 이를 십분 발휘한다. 한명은 청소기 노즐을 붙잡고 상하좌우로 움직여 목표점을 향해 조준하며, 그 사이 다른 한명이 청소기를 통과해 대포처럼 날아가 다른 곳으로 넘어 간다. 동시에 넘어간 사람은 다른 한명이 올라올 수 있도록 버튼을 누르거나 사물을 움직여 도움을 주는 식이다.
때로는 운동 능력이 필요한 퍼즐도 나온다. 특정 장면에서는 맵 3곳에 전선이 끊어진 곳이 있고, 주인공들이 이 전선을 번갈아가면서 잡아 전류가 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명이 전선을 잡는 동안, 다른 한명이 버튼을 누르면서 시작한다. 버튼을 누른 사람이 열심히 뛰어 두 번째 포인트로 가서 전류를 옮겨야 하며, 전류가 지나간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형태가 나온다.
 

▲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현실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다
게임은 약 15시간동안 진행되면서 집안 풍경을 훑는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집안 풍경들을 게임 속에 녹여 냈고, 이를 다시 ‘작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게임 속 세상은 모험과 흥미가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처럼 비춰지는 점이 흥미롭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두 부부가 하나가 되는 그림도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부분. 남녀가 함께 게임을 즐긴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듯 하다.
단, 게임을 어려워하는 유저들을 위해 참을 인자를 여러 번 새겨야 할지도 모른다. 조작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이를 천천히 가르쳐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랑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지 않을까. 개발자는 이 게임 장르를 ‘로멘틱 코미디’라 표현했다.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두 부부가 모험을 통해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게임속 배경은 감수성을 자극한다

협동게임 장르 주목
게임은 오래된 영화 장르를 닮아 있다.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몸체를 자유롭게 줄일 수 있는 ‘앤트맨’이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이가 줄었어요’를 언급한 이유는 그 다음 행보 때문이다. ‘아이가 줄었어요’가 등장한 이후 다음해에는 ‘나홀로 집에’가 나왔다. 그 다음 ‘앨프’나 ‘토이스토리’와 같은 가족영화들이 크게 히트하면서 가족 영화 장르가 크게 조명받는다.
‘잇 테익스 투’가 보여준 게임성은 향후 협동 게임 시장이 가속화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을 위한 협동 게임에서부터 친구들간 모험이나, 아이들과 어른의 모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 된다.
서로 함께 모험을 떠나는 재미, 울고 웃고 대화하는 재미를 보여주는 게임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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