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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약선 요리와 기능성 게임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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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7호 기사]

최근 어린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치료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를 만났다. 디지털 치료제로서의 가능성과 효능, 연구 결과 등을 이야기하는 회사의 대표는 인지 공학을 연구하던 연구원 출신이다. 약 1시간 진행된 미팅에서 이 회사의 대표는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기능과 디지털 치료제의 시장 현황, 유사 사례, 연구 논문 등 다양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게임의 디지털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이 게임이 게임으로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능성 게임에서 기능과 게임 중 무엇이 우선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지금도 이견이 많은 내용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기능성 게임의 정체성이 게임인지 아니면 게임을 도구로 사용하는 기능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기능성 게임에서 게임이라는 형태를 사용하는 것은 게임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역할에 있다. 얻고자 하는 기능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통상 게임에서 얻고자 하는 역할은 사용자의 몰입과 집중, 반복, 동기부여 같은 요소다. 많은 기능성 게임이 게임 부분을 통해 해당 요소를 해결하고, 몰입과 집중, 반복, 동기부여가 됐다는 가정하에 작동하는 학습, 치료, 예방 등의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결국, 기능성 게임에서 몰입과 집중 등의 본질이 작동하지 않으면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보통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음식을 약용 음식 혹은 약선 요리 등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약선 요리 전문 식당이라고 하더라도 맛이 없는 식당에 잘 가지는 않는다. 우리가 약선 요리에서 기대하는 것이 ‘약’이 아니라 건강에 도움을 주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약선 요리의 기능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1회의 섭취가 아니라 반복 섭취가 필요하다. 아무리 기능이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맛없는 음식을 약처럼 계속 먹을 수는 없다. 본질인 음식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많은 기능성 게임을 제작하는 팀들을 만나보면 기능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중심인 경우가 많다. 물론 기능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기능성 게임이 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게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것은 기능성 소프트웨어이지 게임이 아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재미가 없어도 학습이 필요하면 억지로 계속할 수 있지만, 교육용 게임은 재미가 없으면 반복하지 않는다. 기능성 게임에서 게임성을 더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리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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