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모바일 RPG 제패 위한 새로운 방법, ‘라인’ 신문화 태동

중견 RPG 제패 목표, 동시 시작해 클랜 활동 … 게임당 100만 원 과금, 공성 이후 결과 따라 이동 결정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5.20 11:1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령 798호 기사]

모바일 RPG 랭킹 첫 페이지를 확인해 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수들이 즐비하다. 장시간동안 RPG를 즐겨온 노하우에 과금 능력까지 갖춘 이들은 초고수로서 게임에 군림한다. 과금을 하면서 동급 최강 장비를 맞추고, 이를 통해 빠르게 사냥하면서 레벨을 끌어 올려 타 유저들을 스펙으로 찍어 누른다. 이들과 1:1로 싸워서 이기려면 운이 아주 좋거나, 아니면 그들에 못지 않은 재력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공성전이라면 어떨까. 성을 함락하기 위해 목표를 같고 성문을 두들기며, 문이 깨진 뒤에는 빠르게 이동해 포위 및 섬멸 작전을 펴는 것과 같은 전략이 필수다. 그렇다보니 1:1로 이길 수 있는 초고수 한 명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더 많은 고수들이 모여 전략을 짜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변수를 만들어 낸다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른다. 이 점에 착안한 클랜들이 다수 출연, 최근 모바일 RPG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끈다. 이른바 ‘백백 클럽(100-BACK)’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길드(클랜)원을 모집할 때는 ‘전투력’이나 ‘레벨’을 기준점으로 잡는다. 게임을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유저들을 클랜원으로 받기 위해서다. 특히 ‘성’을 노리는 상위 클랜의 경우 이 기준점이 더욱 빡빡하다. 그런데 모집 방식이 조금 다른 클랜들이 있다.
“게임당 100만 원을 써 보고 안되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최근 중견급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팅 문구다. 몇몇 길드(클랜)들이 함께할 멤버들을 모집할 때 사용한다. 유저들이 함께 모여 정해진 금액을 써서 성장한 다음 최종 콘텐츠인 공성전을 치러 본다. 이후 성을 먹는 다면 게임에 남으며, 먹지 못한다면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른바 ‘백백 클럽’들이 활동을 개시했다.
 

▲ 'R2M'

평균 투입 비용 100만 원, ‘상위 클랜’ 도전
‘백백 클럽’의 태동은 중견급RPG가 다수 등장하는 시점부터 출발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클랜은 ‘이카루스 이터널’, ‘DK모바일’을 걸쳐 ‘데카론M’에서 활동하는 클랜이다. 클랜 시작점은 ‘R2M’으로 초기 멤버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을 파고 활동하다가 게임을 옮겨 가면서 새로운 멤버들을 지속적으로 모집. 현재 10명이 고정 멤버로 활동중이다. 신규 멤버, 이탈 멤버를 합치면 매 게임마다 멤버들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과거 수천만 원씩 돈을 쓰면서 활동했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 다른 형태로 게임을 즐길 방법을 고민하던 중 ‘백백클럽’과 같은 형태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한 원로급 멤버는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꼭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재미있을 정도만 돈을 쓰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웃고 즐기고, 또 운이 좋으면 성혈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 '데카론M'

효율 극대화 통해 선점효과 노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친목’을 중심으로 하는 클랜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미 게임이 출시하기 전부터 베타 테스트에 참가해 게임을 분석했다고 해당 클랜은 설명한다. 서로 직업을 정하고 게임상 노하우를 공유하며,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나눠 가지면서 상위권 랭킹에 안착하도록 준비한다. 이후에 중후반부 육성에 자본을 투입하면서 타 클랜과 격차를 벌리는 방법으로 순간 고점을 확보. 가장 강력한 타이밍에 서버를 휘어 잡을만한 요소들을 찾아 나선다고 밝혔다.
일례로 성장에 필요한 핵심 자원들을 빠르게 파밍하는 것과 같은 부분들이 그들의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준비를 마친 뒤 첫 전쟁이나 공성등에 나서면서 게임을 즐긴다.
클랜장은 이 전략을 두고 “아무래도 총알(현금)을 정해진 만큼 쓰도록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밀리기 마련이라 초반에 바짝 달려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러다 보니 힘들고 어렵지만 그것 조차 재미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 'DK모바일'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대형 클랜 목표
이들은 조금씩 세력을 확장해 나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중견급 RPG에서 활동하는 클랜이지만 더 많은 유저들이 모여들고 성장한다면 이들 클랜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팀웍을 다진 멤버들이 일사분란하게 활동한다면 내로라하는 클랜들과 경쟁에서도 터무니 없이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백백클럽 클랜장은 자신들과 같은 클랜들이 여러 게임에서 보인다고 설명한다. 자신들의 가입 조건이 ‘100만 원 쓰기’일 뿐, 어떤 형태로든 이 같은 문화들이 이미 게임에 다수 포진돼 있다고 본다. 실제로 중견급RPG를 넘어가면 전 게임에서 보던 닉네임들을 계속 보게 되기도 하며, 그것이 새로운 재미 요소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들과 함께 연합을 형성하고, 즐긴다면 더 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 클랜장은 “솔직히 실력으로 따지면 서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다들 과거에 이름 꽤나 날리던 사람들이고, 마음만 먹으면 더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단지 그 시절처럼 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처럼 하고 있는 것이고,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이라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주력 클랜으로 성장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이들이 활동중인 ‘데카론M’은 소위 라인급 멤버들만 100명이 함께 뭉쳐 활동하는 게임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2서버에는 유튜버 제이를 필두로하는 제이 사단의 경우 맵 전체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에 맞서 다수 클랜들이 연합한 해방 전쟁이 시작됐다. 즉, 이들이 상대해야하는 클랜들도 역시 내로라는 클랜들 백백클럽의 시도가 새로운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백백클럽과 같은 소위 라인급 멤버들이 게임을 돌면서 과금을 하고 서로 앞다퉈 전쟁을 치르면서 중견급 RPG들이 동반성장하는 분위기다. 다수 정통RPG들이 론칭하는 올해 이들의 활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