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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운의 뉴 테마파크] 몰입에 대한 집착

  • 정리=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21.06.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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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밀 정해운 대표이사(사진=닷밀 제공)
▲ 닷밀 정해운 대표이사(사진=닷밀 제공)

국어사전에서는 테마파크를 ‘특정한 주제를 정하여,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특정한 주제를 정한 공간’을 가장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으로 ‘몰입감’을 꼽고 싶다. 관객들이 테마파크에서 얻고 싶은 즐거움은 제 3자의 시선으로 주제를 관람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세계관의 일부가 되어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강력한 몰입감이기 때문이다.

닷밀이 씨제이이앤엠과 함께 연출했던 미디어테마파크 ‘신비아파트 미디어 어드벤처 : 내가 구하리!’는 이러한 몰입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었다. 우리는 관객들에게 ‘신비아파트’라는 애니메이션 세계를 실제로 방문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대기 – 프리쇼 – 메인 공간 – 포스트쇼’라는 기승전결 구조를 차용했다.
대기공간은 표를 끊고 입장하기 전까지의 연출이다. 대기공간을 영화 미술팀과 함께 신비아파트 입구처럼 꾸몄고, 직원분들은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복장을 착용했다. 관객들은 이곳에서 테마파크를 경험할 기대를 시작하게 된다.
입장하고 처음 만나는 ‘프리쇼’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프리쇼에서는 관객들에게 주의사항과 미션을 전달하고, 드라마틱 한 연출을 통해 일상과의 연결을 끊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테마파크라는 단어나 신비아파트 로고, 캐릭터 등신대와 같은 요소는 완벽히 배제시켰다.

프리쇼를 마친 후 만나는 메인 공간은 신비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했다. 신비아파트 중정의 외관은 원작과 같이 빨래가 널려있고, 오래된 소품들로 가득 채웠다. 오직 미술적 요소로 채운 중정과 달리 각각의 내부 테마존은 첨단 미디어 기술력을 통해 귀신들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제약 없이 각 공간을 자유롭게 방문하고 즐기면서, 신비아파트 세계관에 방문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포스트쇼’에서는 연출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퇴장하는 관객에게 있어서 마지막 장면이 가장 강렬히 기억될 수밖에 없기에, 명확한 이야기의 끝맺음과 여운이 필요하다. 우리는 포스트쇼에 신비아파트 최종 보스 ‘두억시니’와의 전투를 연출하고, 관객들이 직접 전투에서 승리하는 경험을 연출했다.

‘신비아파트 미디어 어드벤처 : 내가 구하리!’에서는 홀로그램, 5면 프로젝션맵핑과 같은 실감미디어 기술력이 총동원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 관객들은 중정에 앉아 신비아파트 주인공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열심히 작성하고, ‘하리’ 가족이 사는 444호의 소파에 앉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관객의 몰입도가 마지막까지 지켜질 수 있던 이유는 거대한 공간이나 대단한 기술력이 아닌, 편지 쓰고 소파에 앉아있던 사소하면서 일상적인 경험이었다.

※ 정해운은 누구
국내 실감미디어 전문기업 닷밀의 대표이사. 서울예대에서 디지털아트를 전공한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혼합현실(MR)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까지 국내 최대 야간형 테마파크 ‘디피랑’을 연출하는 등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갖춘 전문가다.

*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경향게임스=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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