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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 필리핀 서민경제 지탱 ‘눈길’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1.07.21 14:51
  • 수정 2021.07.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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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의 출시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NFT(대체불가 토큰)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시도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로, 선진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번에 살펴본 스카이마비스의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 역시 필리핀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서민경제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학생들을 비롯해 근로자, 자영업자, 전업주부, 은퇴한 노부부 등 다양한 이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수익을 얻어가고 있다. 현지에서는 다큐멘터리까지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고 하는 이 게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스카이마비스는 지난 2018년 창업한 베트남 스타트업으로, 지난 5월 해시드와 500 스타트업, 블록타워 캐피탈, 디파이 얼라이언스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들이 유치한 투자금액은 총 750만 달러(한화 약 84억 원) 규모다. 
이들의 게임인 ‘엑시 인피니티’는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으로, 이더리움 생태계 내 NFT 게임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게임 내에서 발행되는 NFT의 월간 거래액은 120억 원 이상이다. 지난 2월에는 가상의 부동산인 랜드(Land)가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

게임의 구조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크립토키티’의 포맷을 따르되, ‘포켓몬’의 특성을 더해 캐릭터 수집뿐만 아니라 배틀, 미니게임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종의 진화형인 셈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게임 자체의 볼륨이 큰 편은 아니다. 
게임의 핵심은 ‘엑시’로 명명된 캐릭터다. 각 엑시들은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가치를 가지며, 이들 각각에 NFT가 적용돼 유저들끼리 서로 사고 팔 수도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장 저렴하게는 0.1 ETH(이더리움)부터 거래가 이뤄지며, 가장 비싸게 거래된 엑시는 300 ETH에 이른다. 현재 이더리움 가치로 환산하면 약 6억 5,500만 원 규모다.
 

‘크립토키티’와 ‘포켓몬’을 차용한 워낙 단순한 게임이라 북미·유럽, 중국, 일본 등 빅 마켓에서의 경쟁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엑시 인피니티’가 흥행에 성공한 곳은 바로 필리핀이다. 실제로 이 게임의 DAU(일일 활성 이용자수)는 약 50만 명인데, 이 중 60%가 필리핀에서 유입됐다. 하드웨어 인프라가 부족해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일종의 대체재로 선택된 것이다.

재밌는 점은, 이 단순한 게임이 서민들의 생활 유지를 위한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 1,000만 명 이상의 필리핀인들이 살고 있고, 그 중 220만 명이 해외 이주 노동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의 송금액이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며, 인도, 중국, 멕시코에 이은 세계 4위 송금국이기도 하다. 이주 노동자들이 필리핀의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인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 40만 명의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으면서, 서민경제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엑시 인피니티’는 서민들에게 벌이 수단을 제공, 생계 유지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한 현지 시민은 ‘엑시 인피니티’를 조명한 유튜브 미니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고, 빚을 갚고, 하루하루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돈을 갖는 것”이라며 “‘엑시 인피니티’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각종 청구서, 빚을 지탱해줬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해시드의 김균태 파트너도 “코로나19로 인해 실직률이 치솟았던 필리핀에서 ‘엑시 인피니티’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기도 하는 등 블록체인 게임의 순기능을 훌륭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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