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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코스피 입성 D-1, IPO 흥행 참패 속 관건은 ‘뉴 스테이트’

상장 절차 내내 고평가 논란 지속 … ‘비싼 공모가’ 부담에 투자자 이탈
주요 라인업 등 모멘텀 제시 미흡 … 신작 출시시점 노린 장기투자 권장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1.08.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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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4호 기사]

크래프톤이 IPO(기업공개) 과정을 마치고 8월 10일 코스피 입성을 예고했다. 공모가 기준 시총 24조 원 등 엔씨소프트를 뛰어넘는 신(新) 게임 대장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공모과정을 들여다보면, 흥행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지난 8월 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일반공모 청약에서 증거금 5조 원, 경쟁률 7.79:1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장절차 내내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는 점을 주 요인으로 지적했다. 최초 제출했던 공모가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고, 몸값을 낮춰 재도전했음에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외면받았다는 것.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와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주요 모멘텀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것도 흥행 참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흐름으로 봤을 때, 크래프톤의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후 상장 당일 상한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다 장기적인 흐름에서 투자를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의 출시가 예상되는 3분기가 주요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상장 과정을 본격화하기 전만 하더라도 크래프톤의 앞에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2020년 연간 매출 1조 6,704억 원, 영업이익 7,739억 원, 당기순이익 5,563억 원이라는 실적은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의 밸류를 최대 30조 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계속된 난기류
지난 6월 16일 크래프톤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액은 458,000원~557,000원이었다. 밴드 최상단 기준 공모규모는 약 5조 6,000억 원, 시가총액은 29조 5,787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고평가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비교대상 기업에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포함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납득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다. 해외 게임사들이야 그렇다 쳐도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은 크래프톤과 수익구조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비교기업에 포함했다는 시각에서였다.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에서 정정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고, 크래프톤 측은 이에 발맞춰 공모가를 400,000~498,000원으로 낮췄다. 비교기업도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로 단순화했고, 이후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를 498,000원으로 확정했다.
그럼에도 고평가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기관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 중 20.6%가 공모가 밴드 최하단 혹은 그 이하를 제시했고,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12.88%로 저조했다는 점 이 이를 방증한다. 앞서 카카오뱅크나 SK IET 등의 수요예측에서는 밴드 하단을 제시했던 경우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해석됐다.
이러한 우려는 일반공모 청약에서 현실화됐다. 지난 3일 크래프톤은 경쟁률 7.79:1 수준으로 청약을 마감했고, 최종 증거금은 5조 358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모규모 4조 3,098억 원으로 역대 2위의 대어급 IPO로 주목받았던 것과 중복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신규상장주였음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올해 IPO 최대어가 될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저조한 흥행실적을 보였다 (출처=미래에셋증권)
▲ 올해 IPO 최대어가 될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저조한 흥행실적을 보였다 (출처=미래에셋증권)

시장 평가 ‘투머치’
올해 IPO 최대어로 불렸던 이들이 실전에서는 왜 약한 모습을 보였을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과한 자신감’에서 찾고 있다.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책정한 몸값이 너무 과도했다는 것이다.
최종 공모가 기준 크래프톤의 시총은 약 24조 원으로, 현재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약 18조 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개인투자자의 최소 청약단위(10주)를 반영한 최소 증거금은 249만 원이었으며, 3개 주관사(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모두에 중복 청약 시 747만 원이 필요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상장 이후 모멘텀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이 기저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다수의 글로벌 I·P 보유’를 자사의 강점으로 제시했는데, 정작 이들의 강조점은 ‘배틀그라운드’에만 집중돼 있었다. 추후 신작 라인업인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와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경우에도 게임 정보나 출시일정 등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정보들은 상세히 안내되지 않았다. 한 개인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글로벌 I·P라곤 하지만 결국 ‘배틀그라운드’ 하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실상 원히트 상장에 가까운데 너무 과한 공모가를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상장 전 장외 투자자, 회사, 상장 시점 또는 직후 투자하려는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 간의 윈-윈까지도 고려해야 할 공모가 밸류에이션 관점에서는 꽤 타이트한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 시대 디지털, 온라인, 언택트, 플랫폼주에 대한 파격적인 인기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상장 직후 혹시 모를 주가급등 가능성까지 감안할 때, 상장 시점 또는 직후 투자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선 공모가가 꽤 타이트하다는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의 투자 포인트로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를 지목했다
▲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의 투자 포인트로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를 지목했다

전략적 투자 권고
이제 시장의 시선은 크래프톤이 상장하는 10일에 쏠리는 형국이다. 다만 IPO 흥행 실패로 인해 ‘따상’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고, 상장 당일 매도 가능한주식 비율이 전체 발행주의 43%라 매도 행렬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다. IPO 과정에서 히트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조차 ‘따상’에 실패하며 이러한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IPO 주관사 인수비율이 높을수록 미확약 배정 물량도 증가해 매도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향후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상장 직후가 아닌 신작 출시 시점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메리츠증권 김동희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의 성장 여력과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의 성공 기대감으로 기업가치가 우상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김진구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적정주가로 58만 원, 시가총액 28조 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공모가 대비 16% 상승한 가격이다. 주요 신작들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성 연구원도 “소위 ‘따상’이 아니어도 상당 수준 급등해버린다면 두 기대 신작의 잠재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추가 투자 여부는 상장 직후 주가 셋업 패턴에 따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상장 직후 급등이 아닐 경우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론칭 일정을 적극적으로 겨냥하는 전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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