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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모십니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8.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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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대중매체라 했다. 좀 더 쉽고,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인기를 끈다고들 했다. 조작은 쉽고, 간편하게, 별다른 액션을 하지 않아도 화려하게, 누구나 고수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르가 유저들을 많이 끈다. 유저들이 많이 모이면 매출이 모이며, 당연히 회사도 성장할 것이란 인상이 있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 공식들이 최근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많은 유저들이 모였다 한들 돈을 쓰지 않으며, 게임도 오래 하지 않아 순식간에 거품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쉽고 편한 게임들은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 

오히려 최근 화제가 되는 게임들은 완전히 정 반대 관점에서 출발한다. 한 발자국 잘못 떼면 죽고, 가만히 서 있어도 죽는다. 달려도 죽고, 점프해도 죽는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오지만 참고 게임을 한다. 그 후에 비로소 게임을 클리어 했을 때 쾌감을 즐기는 장르들이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과거 인기를 끌던 ‘항아리 게임’이나 ‘점프킹’과 같은 게임들은 물론이고 ‘다크 소울’과 같은 소울류 게임역시 대세가 됐다. FPS게임들도 점점 더 하드코어한 게임들이 주목을 받는다. 최근 발매된 ‘백4블러드’는 전문 프로게이머들이 팀을 이뤄 플레이 하더라도 쉽게 클리어할 수 없는 게임이라고 한다. 일례로 최근 이 게임에 도전한 빅헤드 사단은 장시간 라이브방송을 끝낸 끝에 어려움 난이도 미션을 클리어 했다. 심지어 나이트메어 난이도는 도전할 엄두 조차 못내는 상황에서 방송을 마무리지었다. 

오히려 이 점이 화제가 되면서 유저들이 몰려 든다. 함께 모여 전략을 논하고 판을 짜고 공략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게임은 큰 인기를 끈다. 자꾸 죽는 베테랑 게이머들을 보면서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은 환호 했고, 이를 통해 게임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세가 된다. 
오픈 베타 테스트는 극찬을 받고 종료 됐다. 정식 출시 이후 성과를 더 기대하는 분위기다. 개발사는 더 매운맛 미션을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유저들은 이를 기대하며 서로 팀을 짠다. 이미 시리즈는 전 세계 FPS게이머들 사이에서 기대작이 됐다. 오히려 이를 대체할 게임이 없어 일종의 블루오션을 누린다. 

라이트한 게임으로 게임에 입문한 이들은 점점 더 ‘고인물’이 돼 간다. 평범한 게임에는 반응하지 않는 그들을 노리고 서서히 고인물 게임들이 탄생한다. 지갑을 닫았던 이들이 게임에 투자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간다.

반대로 코어 게이머들이 이들 게임으로 이탈하면서 반사 작용도 나온다. 라이트한 게이머들을 유입시켜 아름다운 그래프를 만드는데만 치중했던 기업들은 쓴 맛을 봤다. 주력 매출원들을 잃으며 게임 생명력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다. 같은 패턴으로 신작을 론칭해 보지만 이미 떠난 코어게이머들은 돌아오지 않으며, 점점 이탈이 가속화된다. 기업들은 현상을 분석하지 못하며, 그래프의 함정 속에서 헛발질만 계속하는 분위기다.

과연 10년, 20년된 그 공식들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가. 근본적인 문제부터 진단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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