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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앵글이 보여주는 비주얼 쇼크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8.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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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보여주는 기법은 방송 매체나 영화의 그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사각형 화면 안에 담인 세계를 보여주는 기술들은 다년간 발전했고 게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가지 다른 점은 피사체를 촬영하는 기법. 영화는 배우 놀음이라던가. 상황이 그렇다 보니 주로 배우들의 얼굴과, 동선을 주로 비춰주는데 활용 한다. 배우의 몸이나 얼굴을 메인으로 잡고 그 외 것들을 서브로 잡으면서 표현한다. 그도 그럴것이 배우 얼굴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 이들도 존재하거니와, 배우 몸값이 제작비 대다수를 차지하니 당연한 일인듯 하다. 특히 다음 작품을 고려해야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배우들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해당 배우를 스타로 만들어 줘야 하는 책임감도 존재하는 듯 하다. 

어느 시점부터 게임에서도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서사가 도입 되면서, 이 기법을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컷신들이 중요한 관점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유저들이 보는 것은 스타가 아니라 가상 속 캐릭터다. 아이 캐치, 소위 눈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도, 관심도 없는 상태에서 컷신을 떼워 붙이는데 주력하다 보니 더 이상 유저들은 이 영상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를 바라보기 보다는 직접 움직여서 즐기는 요소들에 좀 더 치중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보니 게임 속 컷신이나 영상들도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다. 단순히 캐릭터들이 나와서 대사를 치는 놀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황을 보여주며, 몰입을 하기 위한 장치로 혹은 기술과 연출을 좀 더 보여주면서 다음 게임 플레이를 위한 동기 부여 용도로 영상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에 가깝다. 

카메라가 곧 유저 시선이 되며, 유저들의 시야 움직임이 일종의 카메라 역할을 하는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좀 더 파격적인 연출이 등장한다. 정제된 사각형 내에서의 연출이 아니라, 전체 상황을 보는 연출들이 최근 충격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일례로 가상현실 권투 게임 '크리드'에서 유저 시선은 다른 어디보다 주먹을 향해 있다. 주먹이 어느 각도에서 뻗어 나오는지,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를 보고 이를 피해야 한다. 카메라에는 상대 몸통과 주먹, 어깨가 비치는 형태다. 눈 앞에 주먹이 크게 다가 오는 순간 두들겨 맞는 각이다. 

또 다른 연출은 상대에게 멱살이 잡히는 순간에서 볼 수 있었다. 얼핏 봐도 키가 2미터쯤 돼 보이는 거인이 다가와 걸어 오더니 멱살을 틀어 쥔다. 서서히 공중으로 들어 올려 지는데 지면에서 발이 붕 뜬다. 눈을 돌려 정면을 바라 보면 상대 눈알과 미관이 보인다. 당장에라도 목을 비틀듯 노려 보는 듯한 눈동자가 보일줄 알았는데, 눈동자가 텅 비어 있다. 살짝 실망스럽지만 나름 대로 끔찍한 기분을 살렸다. 지금 떠올려도 끔찍한 기억이다. 

오래된 인디 게임 '루시우스'에서 주인공은 10살 남짓한 꼬맹이다. 3D게임으로 표현된 세상 속을 구경해 보면 세상이 낮설다. 싱크대, 식탁은 머리 위에 놓여 있고, 전구를 켜기 위해서는 까치발을 들거나 점프를 해야 할 것 같다. 평범한 집을 모델링 했지만 시야를 낮춤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임이 됐다. 

이렇듯 고정관념과, 그 관념에서 오는 압박감을 벗어나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습관적으로 사각형 화면에 피사체 전체를 담아야 하며, 오브젝트를 넣어야 하고, 상황과 세계관을 설명해야하는 연출에만 고집하지 않고, 무엇을 보여줄지 근원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영화의 장점을 따라는 것은 좋지만, 단점마저 따라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의 것을 뛰어 넘는 미장센, 게임이라면 가능하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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