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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살 예방 소재 게임, ‘30일’에 담긴 우리의 메세지

  • 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1.09.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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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디게임 개발팀 더브릭스가 개발한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 ‘30일’이 지난 8월 27일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정식 출시됐다. ‘누군가의 삶을, 어쩌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게임’이라는 문구로 첫발을 내딛은 더브릭스와 ‘30일’.
‘30일’은 ‘자살 예방’이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를 어드벤처 게임으로 풀어내며, 올바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식 출시 이후 플레이를 마친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최근, 더브릭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에 담긴 개발진의 고민과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더브릭스 제공

이하는 인터뷰 전문
 

▲ (좌측부터) 더브릭스 이혜린 대표, 김지윤 기획, 권은령 프로그래머

Q. 더브릭스와 게임 ‘30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팀명 더브릭스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벽의 벽돌 하나를 부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게임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게임 ‘30일’은 30일 동안 로얄고시원 총무 ‘박유나’로 일하며 알게 된 로얄고시원 입주민 공시생 주인공 ‘최설아’의 자살을 막는 멀티 엔딩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어 자신이 아니라 주변 인물의 죽음을 막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Q. 팀 결성 이후 ‘30일’의 완성까지 걸린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A.
2019년 3월 결성된 이래로 팀원들의 졸업 시즌을 제외하고는 한 주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논스톱으로 달려왔다. 910일이 걸렸다. 9월 10일이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그래서 910이라는 숫자를 특별하게 여기는데, 이러한 우연의 일치에 신기해하고 있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을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A.
게임에서 주인공이 자살을 결심하는 상황이 굉장히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그 원인을 단편적인 요소로 여기지 않게끔 신경을 많이 썼다. ‘고시원에 사니까 자살을 한다’라거나 ‘공시생이라서 자살을 한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에 의해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개입하는 게 게임의 핵심이다.
‘30일’은 자살은 어떠한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며, 사회구성원들이 다함께 노력한다면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게임이다.
 

▲ '30일'은 고시원을 작중 배경으로 택했다

Q. ‘30일’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A.
우선 게임 내 시간을 30일로 정한 이유는 먼저 30일의 어감이 좋았고(웃음),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과의 첫 만남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날까지를 게임 전반에서 보여주기 위해서는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기간을 상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로인해 30일을 결정하게 됐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는 기간은 훨씬 긴 것으로 알고있다. 다만, 게임 플레이를 통한 30일은 자살 예정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노력의 손길을 건네기에 적절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Q. 담긴 메시지가 진중한 게임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개발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A.
준비된 스토리 콘텐츠를 즐기는 장르의 게임이지만, 비주얼 노벨보다는 좀 더 상호작용이 있는 게임이 됐으면 싶었다. 보통 교육게임의 문법처럼 직선적으로 플레이하기보다는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도록 설정했다.
30일을 4분기로 나누어, 플레이어 박유나 그리고 주인공 최설아 사이의 라포 형성 단계를 분기별로 나타냈다. 또한, 오브젝트, NPC, 휴대폰 등을 통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들어 게임적 디테일을 표현하고, 때때로 히든 이벤트로 진입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며 엔딩의 갈래를 결정할 ‘선택지’ 시스템까지가 초기 구축한 부분이다. 이러한 기본 시스템 설계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30일이나 되는 긴 기간이다 보니 모든 이벤트들을 미리 설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중, 매주 시나리오 회의를 진행하며 끊임없는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 게임 내 다양한 선택지는 현실감에서 다가오는 묘한 씁쓸함을 함께 느끼게하기도 한다

Q. 출시 이후 게임의 시나리오와,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부각하고 싶었는가?
A.
내 딴에는 위로라고 생각하고 툭 던지는 말이 당사자에게는 위로는 커녕 오히려 비수가 되어 입을 꾹 닫게 만들기도 한다. 게임을 통해 ‘올바른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만, 주변 인물로서의 ‘선택지’를 함축적이고 시각적인 요소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선택지를 뻔하지 않고 얼마나 밸런스 있게 만드느냐가 핵심이었다. 각 선택지가 의미하는 바가 왜곡되지 않고, 뚜렷하게 드러나게 신경을 썼다. 유저 피드백과 경험자 인터뷰 등을 통해 중의적이거나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비춰질 여지가 있는 선택지는 기획 의도와 다르지 않게 조정을 했다.
현실에서 정말 누구나 고를만한 선택지들 통해 순간순간 고민을 하도록 만들면서도, 또 실제로 자살 예방에 효과가 있는 방법들을 녹여낸 선택지를 구성하고자 했다. 자료 조사, 실제 경험자 및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정신건강 의학 자문 등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 게임은 '내가 주인공이라면?'라는 고민을 시시각각 이용자들에게 제시한다

Q. 게임이라는 매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 제시 등 측면에서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게임이라는 매체가 현재 갖는 파급력(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이 높다. 게임은 문화이고 단순한 놀이 이상의 것이 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일수록 다양한 게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0일은 말초신경을 잘 자극하는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장르도 아니고,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스토리에 공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회적 공감을 느끼며 30일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게임으로 인한 나비효과가 시작될 것이고, 이것이 게임 매체를 통한 긍정적인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게임의 성과와 별개로 30일과 같이 임팩트 게임을 제작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많아져서 게임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30일’에 담긴 자살 예방, 청년 문제 등 화두 외에 추후 다뤄보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A.
환경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더브릭스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개인의 노력이 모여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소재를 추구한다. 그런 면에서 환경 보호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주가 되어야 했던 30일보다 장르적 한계가 덜하고, 좀 더 다른 전달 방식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듯하다.
 

▲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관련 도움이 필요한 이들, 주변인들을 위한 내용을 함께 담고있다

Q. ‘30일’ 이후의 더브릭스의 주요 계획에 대해 묻고 싶다.
A.
최근 구글플레이스토어 출시로써 첫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차기작보다는 앱스토어 출시와 PC버전 출시를 계획하고 있도록 추가 콘텐츠 개발을 할 예정이다. 2022년 초 스팀에 30일을 내놓는 것까지가 주요 목표다.

Q. 이용자들을 향한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30일을 기다려주시고 많은 관심 가져주신 유저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30일의 존재가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용기를 내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과 올바른 관심을 전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게임에는 부족한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소중한 의견에 항상 귀를 열고 있으니 더브릭스와 30일의 앞으로의 행보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 더브릭스는 추후 '30일'의 스팀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이다

[경향게임스=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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