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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4년 만에 뒤집은 암호화폐 정책 이유는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10.19 17:50
  • 수정 2021.10.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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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가 지난 10월 14일 자사 운영 정책을 업데이트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서비스 불가 항목으로 선정했다. NFT, 가상화폐 등을 활용하는 게임을 등록하지 않는 방침이다. 밸브는 관련해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이 사안을 둘러싸고 황당하단 입장이 일반적이다. 명분 없는 거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밸브가 이 같은 반응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오픈 마켓은 게임성에 결함이 있는 게임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게임을 제외하면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다. 밸브는 비교적 자유로운 심의 기준으로 성인물이나, 잔혹한 게임들도 문제 없이 서비스 한 바 있다. 

일례로 김정은과 트럼프가 등장해 서로 미사일을 날리는 것과 같은 게임(게임명: Trump vs Rocketman)도 스팀에서는 공식 서비스 중이다. 성행위를 묘사하는 게임은 하루에도 몇 개씩 등장하며, 카지노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게임에서 시진핑이 등장하지 않거나, 저작권을 위배하지 않는 이상 밸브가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는 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게임성에 문제가 없다면 밸브 정책상 블록체인 기술을 거절해야하는 이유로 ‘사회적 물의’를 빚을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밸브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회악으로 보는 것일까.

실제로 모 게임 서비스 과정이나 NFT발행 과정에서 소위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금을 편취한 다음에 잠적하는 사례가 몇 차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일반 게임사에서도 일부가 횡령 후 잠저하는 일이 나오는 것이 사실. 개인의 일탈이 사회악인 문제일 뿐, 기술을 사회악으로 낙인 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밸브 입장도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에 우호적이다. 심지어 지난 2016년에는 스팀 플랫폼에서 비트 코인 결제를 받았다. 2016년 기준으로 1비트 코인당 가격은 약 70만원.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7,000만원으로 5년 새 100배 성장했다.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년 뒤에 밸브는 서비스를 중지한다. 

당시 서비스 중지 사유로 밸브는 ‘수수료’를 꼽았다. 결제 수수료가 20달러 이상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들은 비트 코인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미래 가치를 확신한다는 논평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가 거절된 이유는 결국 ‘돈’이 문제였다. NFT나 가상화폐에 수수료가 많이 붙는 다면 거절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들의 논리에서 접근하면 될 노릇이다. ‘NFT’나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들과 협의를 거쳐 수수료 문제를 조절하면 될 일아닌가. 그 여지조차 주지 않는 일방적인 통보는 납득키 어렵다. 

그렇다면 이 같은 거절 사이에는 뭔가 ‘큰 것’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단순히 ‘결제 수수료’를 상회하는 먹거리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는 장터를 주목한다. 밸브는 자체 마켓을 통해 아이템 거래를 알선한다. 공식 페이지 커뮤니티, 장터 메뉴에서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 판다. 아이템 거래가 성사되면 밸브는 수수료로 5%를 가져간다. 

NFT가 도입되면 기존 스팀 마켓플레이스가 아닌 별도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질 확률이 높다. 밸브 입장에서는 매 번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 특히 NFT나 블록체인을 서비스하는 기업들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별도로 제작된 커스텀 장터를 만들고 수수료를 챙기는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유명 게임들이 이렇게 분리해 나간다면 알짜배기 사업분야 하나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밸브와 대화를 하려면 이 마켓플레이스 매출을 상회하는 먹거리를 가져 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다. 리스크를 줄이고 마켓을 선택하는 기업들에게 혹독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딜이다. 그렇다고 밸브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야하는 입장 아닌가.

밸브가 아닌 다른 옵션도 분명히 존재한다 에픽게임즈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자사 스토어를 통해 NFT나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기업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안된다는 기업과 굳이 일하는 것 보다, 된다는 기업과 함께 시너지를 내 보는 것도 괜찮은 방안 아닐까.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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