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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인디게임을 만든다

기고자: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 정리=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1.11.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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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9호 기사]
 

▲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게임 개발 커뮤니티에는 인디게임 개발 지망생들의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 단골 질문에 대한 단골 대답은 “인디개발 하지 말고 빨리 취업해라”다. 게임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 말이 참 싫었던 것 같다. 이 문장 어딘가에 숨겨진 음습함과 쪼그라든 야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말을 비웃던 병아리들은 어느덧 인디게임을 개발한 지 2년이 훌쩍 넘어가는 개발팀이 되었다. 

경험도 실력도 없이 개발에 몸을 던진 병아리들은 이제 적어도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정도로는 성장했다. 전속력으로 들이받았기에 더 아프게 깨져가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 인디게임 회사도 회사라는 것을 이해했고, 개발 효율과 효용을 저울질하는 법을 배웠다. 가장 괴로웠던 건 게이머에서 개발자로 탈피하는 과정이었다. 

개발 과정에서 게임은 기계적인 기능과 수치, 이미지 따위로 파편화된다. 무미건조한 데이터 무더기 속에서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게임의 황홀한 경험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것은 오직 완성본을 즐기는 게이머의 몫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을 만드는 건 상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개발은 아주 지루하고 정적인 업무의 반복일 뿐이다.

우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디게임을 만들고 있다. 게임 완성까지 남은 여정을 상상하면 여전히 숨이 턱 막히지만, 그래도 “인디게임 개발하지 말걸”이라는 후회는 없다. 우리는 개발자이기 이전에 그 누구보다도 게임에 매료된 ‘겜덕’들이고, 지금도 가슴 한편에 게임이 선사해준 멋진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 또한 누군가에겐 멋진 경험을 선사해 주리라 믿기에, 그 모든 괴로움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디게임을 만든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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