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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매운맛을 찾는 사람들을 잡아라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1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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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10호 기사]

필자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조금만 매운 음식을 먹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고, 얼굴이 붉어지며, 머리가 멍해지고, 말을 잘 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즐기지만, 얼마 전까지 필자는 매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주변에 즐기는 지인들이 많아 종종 같이 먹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문득 매운 음식이 생각나는 날들이 생겼다. 매운 음식을 먹는 동안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와 무언가 어려운 일을 극복한 것 같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서 가끔 찾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때때로 어려운 일을 극복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에서도 느끼고, 마라톤같은 극한 운동이나, 헬스장에서 무거운 운동 기구의 사용에서도 느낀다.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지만, 달성했을 때 느끼는 짧은 만족감은 조금 전의 어려움을 잊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런 성취감은 기본적인 게임의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게임을 진행하던 중 반복되는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다른 스포츠와 유사하다. 그러나 최근 게임 서비스들을 보면, 게이머들에게 너무 높은 난이도의 미션을 제시하면 게이머들이 게임을 이탈하여 더 쉬운 게임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작사의 입장에서 이런 현상은 사용자의 재방문율을 떨어트리고, 수익성을 악화해 서비스를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떨어진 수익성은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트리고, 사용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게이머는 소위 말하는 진성 유저가 된다. 반복되는 어려움을 극복한 재미를 느낀 게이머는 그 재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사용자는 아주 높은 수준의 고착도를 보이고, 게임의 서비스 기간을 연장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길게 늘어나는 사용자 지표는 긴 꼬리 모양을 그려서 보통 롱테일이라고 하며, 게임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그래서 적절한 난이도와 밸런스, 새로운 장벽을 제공하는 간격은 게임을 매력적으로는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실제 많은 게이머들은 어려운 장애물을 만나면 게임을 포기한다. 그러나 마치 매운 음식처럼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찾는 매력적인 맛도 이런 어려운 장애물에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나 스토리, 다양한 호기심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매운 음식 전문점에는 대부분 매운맛 극복을 위한 음료수를 제공한다. 사용자에 맞춰 게임의 매운맛을 자꾸 없애기보다는 음료수를 개발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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