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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상장 문턱, 게임산업 성장‘걸림돌’

  • 박병록 기자 abyss@khplus.kr
  • 입력 2010.09.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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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상장 수준의 회계감사 적용 … 우회상장 후 추정재무제표 제도화
- 유망 중소기업 성장 저해 우려 … 산업 특성 고려해 제도 갖춰져야 지적


우회상장 11개월 만에 퇴출된 네오세미테크 충격이 우회상장 개선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장이 폐지된 기업 중 70% 이상이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이 우회상장 규제를 직상장 수준 감사와 규제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의 용역을 받아 마련한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지난 2일 공청회를 가졌다.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에는 우회상장법인에 대한 실질심사제도 도입, 외부감사 지정, 비상장사가치 평가 기준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를 통해 우회상장과 신규상장을 동일시, 신규상장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렸던 우회상장을 정상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이 지나치게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새로운 신흥 산업군의 형성이나 발전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 죽이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안책이 요구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가 리서치나 운용업계 등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으로 기업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중소·벤처 업계는 산업의 위축과 발전의 저해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네오세미테크 사례는 ‘분식회계’와 ‘부실감독’으로 발생했지만, 우회상장 제도 자체로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회상장, 직상장 수준으로 대폭 강화]
자본시장연구원이 2일 발표한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은 ▲우회상장개념의 포괄주의 도입 ▲우회상장기업의 실질심사 ▲지정감사인제도 도입 등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선진화 방안은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당국 협의 및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에 반영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용역 결과 발표를 통해, 현행 제도에서는 우회상장을 다섯가지 유형(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주식스왑, 영업양수, 주식현물출자)에만 한정하고 있어 규제공백 및 과잉규제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이 우회상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심사를 거래소가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상장부적격 기업 또는 조기 퇴출이 우려되는 부실기업이 거래소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회상장시 기존회계법인의 감사결과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회계감사에 문제가 있어도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우회상장 신청 전에 지정감사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  업계는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정책이라며 산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비상장기업 가치 평가의 공정성이 제고된다. 기존에는 우회상장시 비상장기업에 대한 고평가로 인해 상장기업 소액지주의 지분비율이 희석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향후에는 수익가치 및 상대가치 산정기준 정비를 통해 비상장법인의 과대평가를 막게 된다.


마지막으로 대부업과 사치·향락사업 등 사회발전 저해 업종은 우회상장 대상에서 제외될 방침이다. 해외 거래소의 경우 우회상장을 통해 사회적 불건전인식업종에 대해 상장신청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편, 검토중으로 알려졌던 중소기업에 부여되는 기업회계처리 특례 조항을 우회상장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는 안 등은 이번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다양성 저해하는 저급한 논리”]
시장참여자(중소기업, 벤처)들은 이번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이 우회상장을 폐지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통계상 우회상장 기업들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고,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의 손실로 금융당국이 부담스러운 것은 이해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촉발한 네오세미테크의 문제는 우회상장의 문제가 아니라 분식회계를 허용한 회계법인과 관리감독을 못한 금융당국의 과실임에도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는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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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상장 제도의 사실상의 폐지는 상장 방식의 다양성과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회상장으로 코스닥, 코스피에 입성한 기업들이 모두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사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직상장이 까다롭고 기간이 많이 요구돼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기업들도 상당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신규로 형성되는 산업군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가능성이 높은 산업의 영향력 확대로 선점 효과를 보여야 함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직상장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의 규모 확대에 부정적]
흥행이라는 산업의 특성과 벤쳐, 중소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게임산업에게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은 부정적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 이슈로 일부 선도 기업들에 의한 고정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의 성장이 자칫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중소, 벤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상장에 실패할 경우 이들 기업들이 매각을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산업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중소·벤처 기업들을 위해 우회상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게임업계 상장사들 중 대부분은 요건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직상장 보다는 우회상장을 통해서 주식시장에 진입,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여왔다. 때문에, 최근 발생하고 있는 네오세미테크 충격으로 우회상장 기업들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기업가치가 감소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의 안정화도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다양성과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가능성도 잡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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