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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게임물의 한국역사 왜곡 막아야

  • 소성렬
  • 입력 2004.11.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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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에 고구려가 야만적 국가로 묘사됐다”. 지난 국정감사때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다. 국내 역사 왜곡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한국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는 외국 게임물에 대해 등급보류 판정을 내렸다.

윤원호 의원은 지난 10월 4일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각종 해외 게임물에서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왜곡 실태를 파악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한바 있다. 이번에 영등위에서 국내 역사를 왜곡하는 게임물에 대해 등급보류 결과를 내린 것은 윤 의원의 이같은 촉구에 화답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국감에서 윤 의원은 대만의 소프트월드에서 출시한 ‘한나라와 로마’에 고구려가 야만적이고 악한 민족국가로, 정벌의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고 ‘환상삼국지’라는 게임에서는 ‘붉은악마’의 상징인 ‘치우천왕’이 악마로 묘사돼 있으며 중국의 ‘치우천왕’은 선인으로 나와 서로 대결을 벌이고 있다고 왜곡사례를 발표했다.

국내 역사 왜곡의 사례는 이 외에도 또 있다. 일본 엘프에서 개발한 ‘대항해시대 외전’에는 거북선이 일본 군함으로 나오고, ‘귀무자2’에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거북선을 타고 하늘을 나르며 지휘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칭기즈칸4’의 경우 고구려 19대 왕인 명종이 군벌을 규합,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에 오른 것으로 왜곡돼 있으며, 대몽항쟁인 삼별초의 난을 내전으로 그리고 있다.

당시 윤 의원은 “중국은 스웨덴의 패러독스사가 개발한 ‘철의 심장부’라는 게임에서 티베트, 신장지역이 독립국으로 묘사돼 수입금지하고 게임CD를 몰수하는 등 강경조처를 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최초의 남북합작 모바일 게임의 명칭이 ‘독도를 지켜라’에서 ‘섬 을 지켜라’로 바뀌어 허가가 나 게이머들의 항의를 받는 등 중국의 대응자세와 비교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국내 역사를 왜곡해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는 위에 열거한 사례말고도 그 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다. 해외 게임 개발사들의 한국 역사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 치부할 수 도 있겠으나 중국과 일본 등은 우리 역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려고 게임 개발을 했을 것이다는 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의도는 만들어진 게임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가 있다. 역사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면 거북선 등이 일본 군함으로 나온다거나 ‘치우천왕’이 악마로 묘사되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의원의 지적처럼 정부 당국의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등위가 국내 역사 왜곡 소지가 있는, 또 왜곡한 게임을 들여오겠다고 수입을 의뢰한 게임 유통사의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를 취소한 것은 지극히 잘한 일이라 하겠다.

영등위는 지난 18일 북한에서 미군과 북한군이 전투를 벌이는 내용의 게임 등 한반도의 현재 정세나 한국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외국 게임들에 대해 등급 보류 판정을 내렸다.

영등위는 프랑스 유비소프트사(社)가 개발한 군사액션게임 ‘고스트리콘2’는 폐허가 된 북한 거리를 배경으로 미군과 북한군이 전투를 벌이는 내용이 한반도 정세를 왜곡시키고 북핵 위기를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등급 보류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측은 ‘게임은 게임일 뿐인데 영등위가 게임 속 상황을 실제 현실과 결부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국지10’은 한반도 근처 군사거점으로 ‘낙랑’을 등장시켜 역사 왜곡과 문화 주체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게임을 유통하는 회사 입장에서야 ‘게임을 게임으로 보지 않는 영등위를 이해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한국사를 왜곡하는 경우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영등위의 이번 결정은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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