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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춘래불사춘만 외칠 것인가

  • 소성렬 편집국장 hisabisa@kyunghyang.com
  • 입력 2005.04.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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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출입기자 70여명과 함께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올랐다. 출입기자들과의 등산은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았을때인 지난해 4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노대통령의 북악산 등반은 올들어 세번째다. 오전 9시쯤 청와대 관저뒤 쉼터인 백악정을 출발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끔 찾았다는 ‘만세동방(萬世東方) 약수터’를 지나 서울의 북쪽 대문인 ‘숙정문’(肅靖門)에 이르는 2시간 30여분의 코스였다.

노대통령은 정상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최근의 심경을 묻자 지난해 등산때 탄핵에 따른 답답한 심경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이라는 고사성어로 표현한 사실을 떠올리며, “올해는 꽃이 좀 늦게 피는 것 같죠”라고 말했다.

단순한 언급일수도 있지만 한일간의 갈등 등 만만치 않은 국내외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뜬금없이 대통령의 산행을 화제로 삼았다. 다소 생뚱맞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게임업계도 봄은 왔지만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2005년 새해가 밝았다며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 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올초 게임업계의 화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상용화 결과였다. 지난해부터 오픈베타를 진행했던 ‘WoW’가 상용화를 할 경우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님 요란한 잔치로 끝나고 실속은 없을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웬만한 이슈에는 끄덕도 않던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들 또한 그 결과에 관심을 집중시켰었다. 때문에 게임 관련 국내 업체들은 더욱더 추위를 체감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WoW’가 상용화(1월 19일)에 들어간지 2개월이 지났지만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블리자드코리아가 당초 의도했던 결과에는 성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절기상으로 3월이면 봄이다. 그런데 이상기온으로 3월에도 눈이 오고, 연일 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봄이야 겨울이야”를 연신 외치고 이상기온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올초 국내 게임업체들은 ‘WoW’라는 이상기온에 사업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사가 준비하고 있는 게임을 어떻게 홍보할지, 마케팅 계획은 또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봄은 봄다워야 한다. 봄이 왔는데도 봄기운을 느낄 수 없다면 봄이 아니다. ‘WoW’의 이상기온이 걷히고 있다. 올 봄이 왜이리 더디게 오는지 탓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이상기온은 말 그대로 원래의 기온 보다 높거나 낮게 나타나는 이상 기후 현상을 말한다.

때가 되면 이상기온은 평년의 기온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다행히 몇몇 게임업체들은 ‘WoW’라는 이상기온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연초 세웠던 사업계획대로 게임의 개발, 홍보 및 마케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업체들은 아직도 해외 게임의 국내 진출 등의 영향을 생각,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등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봄은 왔다. 봄이 왔는데도 봄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제라도 봄이 왔음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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