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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 소성렬 국장 hisabisa@kyunghyang.com
  • 입력 2005.08.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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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요? 상상도 못해요. 가을에나 다녀와야겠네요.” 여름 휴가는 갔다 왔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하반기 게임 시장을 겨냥해 신작을 개발 하고 있는 개발사들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휴가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할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휴가를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들의 고민은 즐거운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게임 개발사들은 휴가를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들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같은 게임 개발사이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라기 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휴가를 생각하지 못하는 개발사 직원들은 찌는 더위와, 생활고 등 이중적인 고통과 싸워야 한다.

“휴가요? 상상도 못해요. 돈이 있어야 휴가를 가죠. 월급 안나온지 6개월이 넘었어요. 지금 적금 든거 깨서 생활하고 있는데 무슨 휴가요?” 시간은 많은데 경제적인 여유가 되지 않아 휴가를 못간다는 한 영세 개발사 직원의 이야기다.
경제적으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게임 개발들사의 풍경이다. 상위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몇몇 개발사들은 시간이 없어 휴가를 못가고, 97% 이상을 차지하는 하위 개발사들은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 휴가를 못 간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발사 CEO들도 휴가를 못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방법이 다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개발사 CEO들은 “조금만 참자, 이번 프로젝트 끝내고 휴가다운 휴가를 갔다 올 수 있도록 보상해 주겠다”며 다독거린다. 반면, 경제적인 여유가 안되는 회사의 CEO들은 “어떻게든 참고 견디자, 내년 여름휴가는 정말 휴가다운 휴가가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러니 제발 참고 견디자”며 달래기 아닌 달래기를 하고 있다.

이런 게임 개발사들의 상황을 뒤로하고 지난 1일 3박4일 일정으로 지리산 부근에 있는 봉대마을이라는 곳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농협에서 하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맞춰 떠난 이번 휴가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선 도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일상이 시골에서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를 체험할 수 있었다. 마을에서 제공하는 집에는 시계도, TV도, 컴퓨터도 없었다. 거울도 없었고, 더운물 샤워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창호지가 발라진 방문은 모기가 드나들기 좋을 정도로 틈이 넓었다. 처음엔 어떻게 며칠을 묵을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하루가 지나면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마을사람들의 후한 인심 덕분이었다. 모기장을 가져다 설치해주고, 서로 자기들 집으로 와서 식사를 하라며 인정을 베풀었다. 아이들도 처음엔 낯설어 하며 집에 가자고 조르더니 낮에 엄마와 함께 옥수수도 따고 포도밭도 가고, 고구마도 캐고 소나 돼지 등을 보며 즐거워했다.

이번 휴가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어떤 형태로든 휴가는 다녀와야 겠다는 것이었다. 비용 때문에 혹은 시간 때문에 휴가를 다음으로 미루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재충전을 위해서는 꼭 휴가를 다녀오는 것이 게임 개발을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좋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휴가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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