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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투혼

  • 지봉철 국장 janus@kyunghyang.com
  • 입력 2006.02.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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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KTF 프로게임단 메직앤스의 정수영 감독이 승리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는 듯 하다. 정수영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 전원이 삭발까지 하는 투혼을 보이며 팬들의 비난을 무마시키려 애쓰는 모습은 이번 그랜드 파이널에 임하는 KTF 정수영 감독의 의지를 읽을 만 하다. 스포츠맨들은 종종 ‘삭발투혼’을 보여준다. 삭발은 그만큼 강력한 의사표시 수단이다. 목표를 향해 맹진하겠다는 의지를 자신에게 확인시키고 남들에게 약속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99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당시 LA다저스 박찬호 투수는 3연패 끝에 삭발하고 7연승을 거둔 적도 있다. 성적이 예상밖으로 부진하면 팀원 전체가 삭발을 해 해이해진 의지를 바로잡기도 하고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삭발투혼의 진정한 의미는 외형적인 변화가 아닌 내적인 의지의 확인인 것이다. 상대에게 내재된 승부욕을 표출시켜 기선을 제압, 꼭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삭발투혼이 팬들의 승리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진 못한다. 프로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한 곳이다. 삭발을 했다고 다 승리하고 머리를 기르고 염색을 한다고 성적이 나쁘진 않다.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삭발투혼은 그저 팬들의 동정심을 유발할 뿐이다. 또 그렇다고 팬들의 평가가 달라지진 않는다. 팬들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팬들은 성적에 대한 평가로 자신들의 권리를 말한다. 이것은 삭발로도 피해가지 못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랜드 파이널에 임하는 KTF 메직앤스의 정수영 감독 이하 선수들의 의지는 알았다. 이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결과로 말을 하자. 그리고 결과에 따라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고 남을 사람은 남도록 하자. 팬들의 기대를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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