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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설’, ‘노예계약설’ … e스포츠 위상 ‘실추’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2.10.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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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연맹·내부 팀원과 불화 ‘진흙탕 싸움’ … 최대 피해자인 선수 보호·권리 찾는 일이 우선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게임단 ‘슬레이어스’가 창단 2년 만에 해체를 선언한 후 그 원인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돼 e스포츠 팬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슬레이어스는 당초 연인 사이였던 임요환과 김가연이 각각 선수와 감독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팀으로, 한때 ‘스타2’리그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달 초 김가연 구단주는 오는 11월 3일 열리는 GSTL(곰TV 스타2 리그)을 끝으로 팀 운영을 접겠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에 대해 ‘스타2’게임단들이 속한 e스포츠 연맹과의 갈등, 선수들에 대한 오해 등을 상세히 공개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김가연 구단주는 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슬레이어스 해체와 관련된 인물들과 SNS, 언론 등을 통해 치열한 설전을 벌여 진실 여부를 떠나 진흙탕 싸움에 관련업계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슬레이어스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선수도 연루돼 있어 게임단 내부 불화가 바깥으로 분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 ‘스타2’시장이 아직 e스포츠계에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선수와 팬’인데 이를 보호하고 이해시키는 방안 마련을 모색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슬레이어스’해체는 그간 ‘스타2’를 관심있게 지켜봐 온 팬들에게는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해체 논란은 임요환이 전 소속팀이었던 SK텔레콤 T1 코치로 복귀하면서 조짐이 보였다는 분위기다.



[김가연 구단주 측 “우린 왕따”]
슬레이어스 창단 당시에도 임요환이 친정팀을 떠나 ‘스타2’로 전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e스포츠계의 많은 팬들이 분산된 바 있다. 무엇보다 그는 슬레이어스 소속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연인 김가연 구단주와 팀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그만큼 슬레이어스가 임요환에게 의존했던 팀이었기에, 그가 떠나면서 공백을 메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가연 구단주는 이번 슬레이어스 해체 선언과 관련해 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혀 파문이 일었다. ‘e스포츠 연맹 소속 팀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연맹 소속팀들이 슬레이어스와 연습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스포츠 연맹 원종욱 회장은 일정 부분 인정함과 동시에 오해가 있다는 반박을 했으나 그녀는 관련 내용을 주고 받은 e메일을 공개하는 등 갈등이 악화되는 양상이었다.


결국 원종욱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e스포츠 연맹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슬레이어스 팀 내에 주전 선수로 활약하던 최재원, 문성원 등이 김가연 구단주와 임요환 코치를 상대로 계약 불이행 등 불화가 있었다고 털어놔 해체 논란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성원 측 주장에 따르면 이적 협상 등 선수들의 대우방식을 김가연 구단주와 임요환 코치가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가연은 타 매체를 통해 둘 사이의 전화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슬레이어스 해체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스타2’게임단 슬레이어스는 김가연 구단주와 임요환 코치를 주축으로, 창단 초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김 구단주는 게임사업에도 직접 참여해 알트원 이사로서 슬레이어스를 자사 게임 홍보모델(사진 참조)로 기용하는 등 화제를 몰고 왔다


[미숙한 시장 환경 ‘탓’]
관련업계는 ‘슬레이어스’해체 논란이 예상보다 심화되자 그 여파가 타 게임단까지 이어질 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스타2’게임단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슬레이어스’에 쏠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하는 분위기다. 슬레이어스의 경우 활동 초부터 김가연 구단주와 임요환의 결합으로 상당한 이슈를 모았던 팀이다.


이 때문에 활동 초에는 인텔 등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타 게임단 보다 재정이나 관리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스타1’시장과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스타2’시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미숙한 리그 시장 환경과 게임단 운영 시스템, ‘스타2’종목에 대한 관심 저조 등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며 실제 이곳을 생계로 활동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스타2’리그 관계자에 따르면 슬레이어스를 비롯한 ‘스타2’게임단들이 현재도 팀 운영에 많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국내 ‘스타2’선수들이 해외 게임단으로 이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진실 여부와 잘잘못을 떠나 사건 당사자들의 감정에 치우친 처사로 인해 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달아 팬들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슬레이어스는 김가연 구단주나 임요환 코치가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사태는 미숙한 시장 환경과 체계적이지 못한 게임단 운영으로 불거졌다는 것이 업계 평이다. 김가연 구단주와 대우 문제, 이적 협상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슬레이어스 소속 선수인 문성원(사진 왼쪽)은 오는 11월 3일 팀 해체와 더불어 활동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협회 차원에서의 통합 관리 필요]
향후 ‘슬레이어스’에 소속된 선수들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우선 e스포츠 협회에 귀속시켜 선수 보호를 하거나 프로게임단에 영입되는 방안이 있다. 이렇게 되면 슬레이어스 팀원들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의 매듭이 풀린 셈이다. 최근 프로게임단에서도 선수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프로리그가 ‘스타2’종목으로 전환된 이상 슬레이어스 선수들과의 협상 의지도 열려있는 상태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e스포츠계 전반에 실추된 이미지가 회복되기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연루된 당사자 중에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가 비단 ‘스타2’게임단에만 놓인 것은 아니라고 우려했다.


이제 막 게임단을 창단하거나 리그 붐업을 타기 시작한 ‘리그오브레전드’도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나 주도 기관이 없어 불안 요소가 늘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국내 e스포츠가 종주국이라는 위상만큼 성숙한 환경 조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협·단체가 이들을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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