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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와 포털업체, 그리고 '사회적 책임'

  • 지봉철
  • 입력 2003.11.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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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정권말기에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불황탈출책으로 내놓은 묘책이 소비촉진책이었다. 그 믿음직한 수단으로 한몫한 신용카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발행됐고 정부가 이를 장려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카드사는 달콤함을 맛보았다.
결국 카드회사의 부채규모는 44조로 늘어났고 마구잡이식 카드사용은 사회범죄 증가, 가정불화 등의 부작용으로 국민들에게도 뒤늦은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달초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게임 포털의 아바타·아이템 등의 중복 구입 제한과 구매 금액 제한 등을 두겠다고 권고했다. 게이머들이 사행성 게임에 빠져드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포털업체들은 즉각 이같은 권고조치에 반발했다. 최근엔 게임업체들끼리 모임을 갖고 영등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서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사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영등위의 조치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영등위가 게임업체의 수익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영등위 스스로가 권력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사회적인 여론을 수렴해 게임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월권에 가까운 조치다.

영등위가 우리사회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부분을 심의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나 게임으로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미리 예견해 등급을 매기는 것은 사실 부당한 조치다. 따라서 엔씨소프트나 NHN, 넷마블 등은 선의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업체 스스로가 되돌아 볼 부분이 있다. 소비촉진정책에 따라 우후죽순 생겨난 카드회사와 다를바가 없는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도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하고 그 달콤함을 만끽했던 카드회사는 아닌지 되돌아볼 부분이다.

사실 영등위가 규제책을 내놓기 이전에 포털업체들은 스스로 규제책을 마련해야 했다. 사이버머니 범죄가 기승을 부리던 상반기내내 게임포털업체들이 한 것이라곤 아이템중개사이트에 경고문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수익에만 급급해 도박게임들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올려놨던 곳이 바로 포털업체들이었다. 카드사들이 맛보았던 달콤함은 사실 사회범죄 증가, 가정불화 등의 부작용으로 만들어진 허상이었을 뿐이다. 앞서 밝혔듯이 영등위 규제는 업체에겐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영등위가 없어진다해도 사회적 책임마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포털업체들이 이 점을 분명히 이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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