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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 지봉철
  • 입력 2003.01.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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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8금 성인게임의 국내출시가 불투명해졌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난달 동원마도카가 제출한 ‘프린세스나이츠’와 ‘홍색관’에 대해서 각각 등급보류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동원마도카는 이번주내로 다시 심의신청을 내고 여의치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계는 이미 등급보류에 대해서 위헌판정이 내려진 상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1년 8월 30일 서울 행정법원이 국내 영화의 상영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영화진흥법 제 21조 4항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 제도에 해당하므로 위헌이라며 제기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7명의 다수의견으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이 판결로 영상물 관련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해 문화계에 큰 파장이 예상되기도 했다.

최근 게임계에도 게임물의 등급보류에 대한 위헌여부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수입업체인 동원마도카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조용히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게임에 대한 영등위의 등급보류가 적법하다는 쪽에 결론이 나면 일본 18금 성인게임의 국내 출시는 영원히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만약 등급보류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동원마도카가 승리할 경우,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영화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달리, 게임은 상당히 자유로운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눈치를 보고 있는 유통사들이 일본의 18금 성인게임을 무분별하게 수입할 가능성이 높다. 영등위가 고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일 것이다. 먼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예방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먼 미래의 일어날지도 모를 일로 현재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프린세스나이츠’와 ‘홍색관’이 왜 심의기준에 미달하는가다. 어떤 장면이 문제가 되고 또 그것을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하는 것이다. 동원마도카는 신청게임물에 대해 성의있는 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이 제대로 된 심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듯 싶다. 심의를 내줄 수 없다는 전제하에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등위가 자신들의 기준을 제대로 업체에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다른 게임들과 달리 차별을 받았다고 업체는 생각하고 있다. 정확하게 자신들의 기준을 업체에 알리는 것이 영등위의 의무다. 섣부르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걱정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원칙과 기준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업체의 불만은 더욱 커지게 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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