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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들의 '불안한 동거'

  • 안희찬
  • 입력 2002.09.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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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돌고 도는 것이 돈이라고 하는데 요즘 씨가 마른 것 같아요”

게임업계 사장들 누구를 만나도 하는 하소연이다. 특히 최근들어 돈과 관련돼 힘들다는 말이 더 자주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업계에서는 M&A와 함께 다양한 제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헐값에 자사 프로젝트를 팔아 넘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A사는 최근 자사 프로젝트인 커뮤니케이션 채팅 사업을 다른 업체에 넘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다른 조건은 필요없고 단지 직원들 월급인 1천5백만원 가량의 자금만 주면 프로젝트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4억원 가량으로 보통 인수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1억원 이상은 소요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A사측에서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싶지만 운영자금도 없어 우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소규모 업체들간 제휴도 활발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 Q사와 J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관련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마케팅 부분을 J사에서 담당하고 Q사의 온라인 기술을 J사에 이전해 주기로 했다. J사와 Q사는 그러나 이번 제휴도 일정정도의 돈만 있었다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J사 한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게임 개발 열풍이 불며 앞으로 대세도 온라인게임이 될 것 같아 진출을 시도했지만 자본 압박 때문에 쉽게 추진하지 못했다”며 “이번 제휴로 온라인사업 부문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만일 어느 정도의 자본만 갖췄다면 자체적인 개발능력을 보유, 경쟁력을 더 높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처럼 업계 전반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검증없이 무분별한 투자를 한 개발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난 2000년에 지나친 투자로 손해를 본 창투사나 개인투자가들이 쉽게 게임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게임관련 전문가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된 수익모델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업계에서는 안정된 수익모델이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은 이제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첫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러나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할 때부터 찾아온 시련은 문화산업으로의 형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게임업계도 단발성의 기획보다 체계적인 모습을 갖춰 문화산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게임이 문화산업의 기둥으로 우뚝설 때 우리는 지금 결정했던 모든 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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