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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개발자

  • 김동욱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08.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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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중국 게임 개발사의 사장은 자사의 온라인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를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이유는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만들기 시작한 온라인게임에 거의 수정이 불가능한 상태로 치명적인 문제를 남기고 도망치듯 퇴사했다는 것이다. 화가 난 사장은 중국 전역에 우리 돈으로 현상금 2천만원을 내걸고 아직도 그를 쫓고 있다. 그 개발자가 다른 회사로 이직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 사장의 심정이 이해가 가네요.”

얼마 전 만난 국내 모 개발사의 A사장은 중국 개발자의 공개수배에 대해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라며 눈을 껌뻑였다.

A사장 역시 같은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그리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었지만, 참신한 기획과 사장의 열정으로 국내외 업계의 주목을 꽤 받았다. 그러나 몇 번의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게임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발견됐고,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한  개발진들은 하나 둘씩 개인사정을 핑계로 회사를 떠나버렸다.

그들의 후임으로 들어온 개발자들 역시 그들이 남겨놓은 치명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게임 개발은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그동안 개발에 투여된 자금만해도 어림잡아 10억여원이 넘었다. A사장은 개발자금도 자금이지만, 그동안 허비한 1년반의 무의미한 세월에 더욱 허탈해했다. 

A사장이 애초 그들을 선택한 것은, 꽤 유명한 개발사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번듯한 게임의 주축 멤버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A사장에게 월매출 수십억원의 핑크빛 미래를 호언장담했다. 연봉은 물론 판공비도 그들이 원하는 만큼 아낌없이 줬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력 증명서를 요구했다가 A사장은 혼줄이 났다고 고백했다.
“저희들을 그 정도로 못 믿으신다면,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에 A사장은 겨우 그들을 설득해 잡아두었단다. A사장은 그 때 일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히트한 게임의 핵심 개발자는 분명 소수에 불과할 텐데,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업무의 비중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퇴직 후에는 모두 핵심 개발자로 둔갑(?)하는 것이 우리 업계의 미스터리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우리 게임 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발자들의 이직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게임의 성공과 실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패키지게임이 아닌 온라인게임일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해외 개발자들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전에는 그다지 이직이 없는 편이다. 그만큼 자신이 만드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책임의식이 투철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개발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실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한 두마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키듯 일부 몰지각한 개발자들이 회사와 게임을 망치고, 종국에 가서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력을 과대포장하는 개발자들이 우리 업계에 존재하는 것은, 한마디로 가짜 번호판이 단 차들이 도로를 활보하는 것과 같다. 이를 방지하고 개발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공신력 있는 게임관련 단체에서 개발자들의 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어떨까? 어딘가 경솔한 생각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구인을 원하는 개발사들과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만날 수 있다면, 이는 우리 게임업계를 발전시키는 든든한 초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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