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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게이머들 게임속 캐릭터 성형 붐

  • 이석
  • 입력 2002.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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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성형외과를 운영한다는 김모(55)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젊은 여성이 찾아와 자신의 얼굴을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똑같이 뜯어고칠 수는 없냐는 문의를 받은 것. 그나마 이 경우는 양호한 편이다 어떤 때는 사진 한 장만 달랑 들고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비슷한 문의전화를 받는다며 성형외과 의사가 붕어빵을 찍어내는 기계도 아니고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여성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게임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성형붐이 일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성형외과가 몰려있는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퍼져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충동을 받았다는 막가파가 있는가 하면 친구로부터 **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우쭐한 마음에 수술을 결심한 공주파 등 다양하다.
물론 의뢰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압구정 필 성형외과의 김잉곤 교수는 최근 들어 게임 캐릭터와 똑같이 수술을 받을 수 없겠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한 번도 수술을 해본 적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 김 교수는 수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잘 설득해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성형미용학적으로 봤을 때 게임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정상이 아니다. 언뜻 보면 예쁘게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오히려 기형에 가깝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튀기 좋아하는 신세대들에게 게임 캐릭터를 닮은 수술은 색다른 자극이 될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한 뒤, 성형수술은 무엇보다 각자의 얼굴에 맞게 부분적으로 악센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쇄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게임속 캐릭터들이 보다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한다. 모션캡처 등 관련 기술의 발달로 캐릭터들을 실사에 가깝게 제작한 것이 여성 게이머들의 감수성을 자극한 것.
쭉쭉빵빵한 미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연애·육성 게임이 대표적인 예. 광화문서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홍모(39) 대표는 늘씬한 여성들이 많이 나오는 게임은 상대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신세대 여성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애니메이션들도 이같은 추세를 부추긴다. 주로 인기 게임을 재구해 제작한 이 영화들은 극사실주의를 도입, 실물 못지 않은 정교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실제 1천5백만달러가 들어간 애니메이션 파이널판타지의 경우 디지털 배우가 마치 사람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업계 일각에서 미래에는 사이버 배우들이 아카데미상을 받겠다는 농담 섞인 말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물론 게임인구의 확대로 인한 전시용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게임의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으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것. 인터넷방송 컨텐츠 및 솔루션 제공업체 오즈미디어의 김재옥 실장은 "게임인구 확대, 게임 영향력 강화 등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게임 캐릭터를 닮는 것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요즘 일본에서는 안경을 코끝에 걸쳐 쓰는 게 유행이다. 이같은 현상은 두꺼운 안경테를 코끝에 걸친 미소녀 캐릭터 게임 '투 하트'가 일본열도에서 인기를 끌면서 생겨났다. 이렇듯 게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캐릭터 수술이 마치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인양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한편 캐릭터 성형에 관한 한 밤꽃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인터넷 유흥정보 사이트인 나가요닷컴(www.nagayo.com)에 따르면 최근 유흥업소 종사자들 사이에서 캐릭터 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 목모(45)씨는 그 어떤곳보다 유행에 민감한 곳이 이 바닥이다며 연예인들을 닮은 수술이 반응이 좋자 일부 업소 종사자들이 캐릭터 수술을 고려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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