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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달인 메렌 이야기

  •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0.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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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브라스카주에 사는 고교생 ‘브라이스 메렌’은 비디오게임의 달인이다. 조금 과장하면 거의 임요환급 수준이었던 것 같다. 격투게임 ‘모탈컴뱃’에 정통한 그는 오락실에 가면 다른 친구들을 압도적으로 때려눕힌다. 동년배 소년들 중에는 특출난 수준이다.

그러나, 메렌은 친구들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는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메렌이 처음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한 것은 7세때부터다. 게임 모니터 화면이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삶의 희망은 오로지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느새 시각에 의지하지 않고 다양한 게임의 조작법을 익혀나가면서, 게임 내의 타격음과 캐릭터들의 음성에 의지해 자신만의 스킬을 쌓아갔다. 처음에는 ‘스페이스 인베이더’같은 단순한 슈팅 게임으로 시작해 점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그는 격투게임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된다. 메렌은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내 캐릭터가 어떤 모션으로 플레이하고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것은 시각을 뛰어넘은 어떤 무언가에 의해 본능적으로 조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게임 플레이를 위해, 손에 쥐고 있는 콘트롤러를 자신의 신체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메렌은 비디오게임에 도전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했습니다. 사실 게임 초보자라면 눈으로 보고도 쉽게 플레이하기 어려운 것을 메렌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을 줘서 게임패드를 여러개나 망가뜨리기도 했었죠”라고 말한다.

메렌은 친구와 격투게임을 할 때도, 친구의 캐릭터를 구석에 몰아넣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겠지?”하면서 마지막 일격으로 친구의 캐릭터를 여지없이 KO시킨다. 

사실 메렌이 이 놀라운 실력을 어떻게 습득하게 된 것인지는 그 자신뿐 아니라, 어릴 적부터 그에게 게임을 권해왔던 아버지 조차도 명확히 말할 수 없다. 언제나 능숙한 플레이가 가능해질 때까지 수없이 반복을 했다는 것 이외에는 수수께끼와 같은 사실이다. 오락실에 가서도, 그를 장애인이라고 깔보고 대전신청을 하는 상대방들을 보기좋게 다운시킨다. 그들은 공격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패배를 인정한다. 메렌은 놀라운 게임 실력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로 통한다. 그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있다. 메렌에게 당당함을 불어넣어준 은인이 바로 게임인 것이다.

게임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얻고 있는 메렌의 꿈은 게임개발자이다. 그는 자신을 지금까지 지탱하게 해준 게임에 보답하는 일은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세상에 선물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말이다.

이 미담은 필자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필자인지라, 언제나 게임 이야기에는 무의식적으로 솔깃하게 된다. 게임으로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삶의 희망을 찾은 메렌의 이야기는 사실, 재작년쯤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듣게 됐다. 그런데 아직도 메렌의 일화가 생생하게 기억되는 걸 보면, 내심 꽤 감동을 받은 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와 같은 사례는 굳이 해외에서 찾지 않아도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도 꽤 찾아볼 수 있다.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환자가 MMORPG를 통해 다른 이들과 교감하며 삶의 희망을 찾고, 지체장애인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여 일반인들과 게임을 통해 친분을 나누는 등 사이버공간 속에서는 장애란 벽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게임은 아직도 자신을 비뚤어진 판단으로 매도하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게임을 통해서 좋은 친구를 사귀고, 어떠한 성취감에 즐거워하며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고 있다고 말이다. 몸도 마음도 풍성해지는 한가위를 맞아 건전한 사회 풍토조성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게임’의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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