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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0.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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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장면이 앞에 놓여 있다면 젓가락으로 비벼서 먹는다. 이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연스럽게 행하는 익숙한 행동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그걸 자장 따로, 면 따로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플레이가 가능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손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익숙함이 게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유저에게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떻게 조작해야 할 지 난감하다’라든지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는 등의 고민을 줘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막상 게임 속에서 부딪히게 되는 본연의 고민 앞에서 이를 떨쳐내지 못하게 되고 이내 그만두게 된다. 조작 자체가 장애물이 되는 게임은 아프리카 사람에게 자장면을 내놓고 먹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디오게임이라면 게임콘트롤러이고 PC게임이라면 키보드라는 장치가 게임 유저들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존재일 것이다. 이전에도 본 코너를 통해서 언급한 바 있는 내용이지만, 복잡한 조작은 결국 유저들을 게임으로부터 떠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리는 새로운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나면 적어도 한번쯤은 취급설명서를 읽게 된다. 그러나 그 제품이 게임이라면 어떤가? 게임 매뉴얼을 꼼꼼하게 전부 읽고 나서 플레이하는 유저는 아마도 극히 드물 것이다. 온라인게임이라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특별히 별도의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식 사이트에 가이드가 장황하게 붙어있지만, 이 역시도 제대로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대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플레이 방식을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튜토리얼 모드의 존재인 것 같다. 기획 초기부터 이를 무시하고 설계된 게임들이 나중에 부랴부랴 튜토리얼 부분을 업데이트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우리나라 유저들은 온라인게임에 익숙해져 있어서 MMORPG의 꽤 복잡한 조작도 큰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온라인게임이 낯선 해외 유저들에게 키보드의 무수한 조작키는 음식을 먹어보기도 전에 질리게 만드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을 꿈꾸는 개발사라면 게임 조작의 익숙함에 관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패미콤으로 오늘날의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일구어낸 닌텐도는 언제나 자사가 개발한 하드웨어의 특징을 “5세부터 95세까지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기”라고 설명한다. 특히 마리오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우는 존경받는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는 “우리들의 최대의 라이벌은 루빅큐브”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루빅큐브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기는, 그야말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 넘는 세계적인 발명품이라고 극찬한다.

누구나 한번 보기만해도 큐브를 빙글빙글 돌려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또 6개의 각 면마다 같은 색을 맞춰야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이렇듯 루빅큐브는 소름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익숙함을 유저들에게 전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성공의 밑바탕에도 루빅큐브의 익숙함이 필요하다. 오래 전 등장한 ‘퐁’이 재밌었던 이유는 결코 다양한 조작이 필요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단순하지만 그저 하나의 아날로그 버튼만으로도 유저들이 충분히 재미를 느꼈던 것이 히트 포인트였던 것이다.

갈수록 복잡해지기만 하는 온라인게임의 조작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대안은 없을까? 그렇다고 복잡한 키보드 대신, 극히 단순화된 별도의 게임콘트롤러를 모든 온라인게임에 사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어찌보면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아이디어일 수도 있지만, 키보드 조작이 어렵다는 유저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줄 별도의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일부 회사들이 시도한 적도 있지만 간단하게라도 키보드에 뭔가 표시를 해두는 것이다. 이것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자주 노출된다면 어느 틈엔가 유저들에게 또 하나의 익숙함으로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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