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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그리고 733Km

  •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0.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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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게임잡지계의 최고봉이라고 일컬어지는 ‘패미통(파미쯔)’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잡지가 창간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1년전인 1986년 6월의 일이다. 원래 ‘로그인’이라는 PC게임잡지의 하나의 코너로 시작된 ‘패미통’은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독립 매체로 창간을 감행한다. 창간호 발행 부수는 전문지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무려 70만부였다. 물론 출판 시장이 매우 활성화된 일본이란 걸 감안해도 이 부수는 꽤 과도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창간호가 15만부도 채 팔리지 않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참패였다. 발행 부수의 80%가 반품됐고, 잇달아 발행한 창간 2호와 3호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TV광고 등의 마케팅 비용까지 합해서 패미통은 시작부터 수십억원의 적자를 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창간호에 게재된 기사도 문제가 됐다. 기대작이었던 ‘드래곤퀘스트’의 리뷰 기사에 마지막 보스의 화면이 그대로 노출돼 버려서 개발사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마지막 보스 캐릭터는 게임의 엔딩 직전에 싸우게 되기 때문에, 이를 미리 노출시킨다는 것은 유저들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판매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편집장과 담당기자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치욕스러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패미통은 1991년 또 한번의 큰 도전을 감행한다. 격주로 발행되던 잡지를 매주 발행으로 전환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게임잡지는 격주 발행이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주간 발행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잡지를 채울만한 콘텐츠와 스탭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무모하게 비춰지던 도전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전반적인 편집방향을 독자의 눈에 맞추고 닌텐도의 하드웨어 이외에도 타사의 게임기 정보도 다루기 시작했다. 매주 한권의 잡지로 모든 게임정보를 얻는다는 컨셉으로 독자들에게 점점 다가섰다. 특히 중립적인 기준으로 게임을 신랄하게 평가하는 ‘크로스리뷰’는 시장에서 타이틀의 성패를 좌우하는 잣대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격주간 발행 때보다 오히려 몇배나 많이 팔려나가며, 게임업계의 넘버원 매체로 지금까지 그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패미통같은 잡지와는 그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경향게임스>도 국내 최초의 타블로이드판 주간 게임 신문으로 출발해, 이번호로 지령 300호를 맞이했다. 햇수로 6년이라는 세월동안 한주도 빼놓지 않고 게임 세상에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모아 전국의 독자들에게 전해왔다.

패미통이나 <경향게임스>는 물론 모든 종이 매체들은 인터넷 미디어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정보의 신속성에서 종이는 인터넷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혹자는 종이 매체의 종말론을 그럴 듯하게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에 TV가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인터넷의 등장도 결국 종이 매체를 종말에 이르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동일한 뉴스라도 지면과 웹 상에서 느끼는 차이가 독자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인쇄된 형태에 대한 막연한 신뢰감이나 정보의 깊이와 그에 따른 집중도 등 인터넷이 종이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불현듯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매주 64페이지의 지면에 300주일을 곱하면 19,200페이지가 된다. 본지의 세로 사이즈가 38Cm이니, 이를 일렬로 깔아보면 무려 733Km.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6년간 누적된 발행 부수까지 늘어놓는다면,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을 만큼의 광대한 거리가 될 지도 모르겠다.

<경향게임스>는 지령 300호를 맞아 앞으로도 게임업계의 영원한 파수꾼으로써 그 소임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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