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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구리댁

  •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0.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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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는 도대체 얼마나 벌었을까?

아마도 얼마나 벌었는지는 닌텐도 조차도 파악하기 힘들 지도 모른다. 게임 판매량도 1985년부터 지금까지 1억8천만장이나 된다. 또 마리오와 관련된 부가 상품도 20년 넘게 만만치 않은 수익을 올렸을 게 분명하다. 그보다 더 파괴적인 것은 전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리오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무시무시한 인지도’일 것이다. 이는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다.

마리오 말고도 일본에는 게임으로부터 탄생한 유명 캐릭터가 무수히 많다. 소닉, 춘리, 솔리드 스네이크, 초코보, 아키라 등 어지간한 게임 회사라면 이런 간판 캐릭터를 몇개씩 갖고 있다. 이들 캐릭터는 언제나 게임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들은 게임도 게임이지만 등장하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사랑하기까지 한다. 또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게임 캐릭터와 관련된 모든 상품을 맹목적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반면, 북미산 게임들은 어떨까?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북미산 명작은 울티마, 심시티, 둠, 문명 등 열거할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어느 작품 하나 제대로 된 간판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의아하다. 실제로 이 작품들은 초기 기획 때부터 캐릭터를 염두에 두지 않았거나 굳이 캐릭터를 부각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특히 북미 게임들의 디자인 컨셉은 TRPG로부터 파생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메인 캐릭터는 언제나 플레이어 자신이 되고 있다. 이런 점이 북미산 게임의 캐릭터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는 배경이다. 그나마 1990년대 후반부터 ‘캐릭터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툼레이더의 라라크로포트 같은 스타가 가끔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팬들의 뇌리 속에는 북미산 간판 캐릭터는 여전히 남아있지 않다. 

북미 개발자들은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캐릭터 디자인에 관해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다. 극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쪽으로 캐릭터 제작의 방향성을 잡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 게임의 애니메이션풍 캐릭터와는 매우 다른,  인간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게 됐다. 그러나 게임 캐릭터로 파생된 부가 수익 창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리드하는 한국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은 어떤가? 일본 게임같은 높은 캐릭터성도, 북미의 리얼리티를 살린 캐릭터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게임의 특성 상 언제나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고, 자신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켜야 한다는 명제 하에서 캐릭터가 부각될 수 있는 한계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틀에 얽메인다면 한국 게임에서는 마리오 같은 거물급 캐릭터가 영원히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된다. 결국 게임에 캐릭터성을 불어넣는 작업을 게을리하는 것은 그 만큼의 새로운 부가수익을 포기하는 셈이다.

반드시 간판 캐릭터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라그나로크’나 ‘군주’에 등장하는 작고 귀여운 몬스터인 ‘포링’이나 ‘구리댁’같은 캐릭터가 부각되어도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이런 저레벨 몬스터들에게 더 큰 장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접속해서 가장 많이 사냥하게 되는 저레벨 몬스터는 ‘낯익음’을 무기로 간판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예를들면, 파이널 판타지의 ‘초코보’처럼 말이다.

대다수 MMORPG에 등장하는 전사, 궁수 캐릭터나 FPS에 나오는 전투병, 스나이퍼 등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최근 등장한 ‘쿵야 어드벤처’나 ‘공박’은 캐릭터 전략에 있어서 다른 온라인게임과 차별되어 보인다. 각 캐릭터에게 명확한 네이밍을 하고 시나리오를 강조해, 플레이어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이와 같은 캐릭터 전략은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부가 수익 창출과 게임의 수명을 늘린다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다 깊이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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