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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시큼한 김치

  •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1.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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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감사법인 토마츠는 얼마 전 IT기업의 성장률 랭킹 Top 50을 발표했다. 매년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IT계열이나 첨단기술 기업의 랭킹을 발표하는 이 순위의 20위권 이내에 온라인게임 회사가 3개나 포함되어있다. 지크레스트가 2,187%, 게임온이 563%, 게임팟이 499%의 높은 성장률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이들 3개 회사 모두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자사의 간판 타이틀로 서비스하고 있다. 지크레스트는 엔트리브의 ‘트릭스터’, 게임온은 L&K로직 코리아의 ‘붉은 보석’, 게임팟도 역시 엔트리브의 ‘팡야’를 자사 매출의 선봉장으로 내세우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매년 매출을 확대시켜가고 있는 이 온라인게임 회사들은 독자적인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일본 게임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은 2003년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이래,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온라인게임포럼의 시장 통계 조사에 의하면, 서비스 게임수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170%, 2005년부터 2006년에는 150% 성장하고 있다. 또 시장 규모는 2004년부터 2005년에 걸쳐서 140%, 2005년부터 2006년까지 124%나 확대됐다. 

그러나, 이처럼 보라빛 환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는 200여개가 넘는 타이틀이 서비스되고 있다. 붉은 보석이나 팡야처럼, 매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타이틀이 있는가 하면 동시접속자가 50명도 안되는 타이틀도 꽤 있다. 결국 게임의 흥행 실패는 서비스 종료로 이어지고 있어서, 지금까지 시장에서 사라진 타이틀도 80여개나 된다.

태생적으로 콘솔 중심의 시장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시장의 확대에 따라 유저들의 입맛이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저들마다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다거나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속칭 ‘XX게임의 표절’이라는 생각이 들면 뒤도 안보고 떠나는 게 그들이다. 일본 유저는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온라인게임을 활용하는 성향이 강하고, 게임 시스템이나 스토리 등 게임 본연의 재미는 콘솔 게임 소프트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PC를 게임 플레이 용도의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일본 유저들은 굳이 PC가 아니라도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주변에 널려있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복잡한 세팅을 하기 위해 고생할 필요 없이, 바로 PS2나 NDS를 한대 사서 게임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본은 쉽게 포기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시장이다. 1억 2천만명이라는 인구와 게임 산업의 오랜 역사, 이상하리 만큼 높은 ARPU(유저 1인당 평균 매출액) 등 잠재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현재까지 일본의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성공 요소를 명확하게 분석한 데이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현지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 게임들로부터 눈치 챌 수 있는 것이 꽤 있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들은 한국과는 정반대로 2D그래픽이 무려 42%나 차지하고 있다. 붉은 보석이나 라그나로크, 메이플스토리, 테일즈위버, 천상비 등 저사양 게임들이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걸 보면, 현지의 성공 요인과 컴퓨터 사양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현지 시장에 정통한 지인에게 물어봤다. 그는 “사실 일본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닙니다. 라그나로크 같은 대박 타이틀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황금기가 끝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러나 한국적인 런칭과 서비스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라고 말한다.

청양고추와 마늘을 푹푹 넣어 만든 김치를 일본인들에게 먹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달콤시큼한 김치가 그들의 밥상에 오를 때까지는 김치 담그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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