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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G밥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1.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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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쯤의 일이다. 까까머리 기자 시절 일본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목적은 동경게임쇼 취재였다. 그 이전까지 매년 열렸던 전자 게임 전시회가 없어지고 ‘제 1회 동경게임쇼’가 1996년에 처음으로 열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숙소인 동경 시내에서 전시장이 있는 치바현 마쿠하리까지 몇번의 환승을 거쳤다. 전시회까지 가는 전철에는 유달리 아이들과 학생이 많았던 기억이다. 당시 유행하던 휴대형 게임보이를 하나씩 쥐고, 친구들과 게임에 관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는 것 같았다. 꽤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전시장 앞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장사의 진이 수백미터에 이르고 있었다. 오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일제히 전시장 안으로 내달렸다. 그들이 몇시간씩 전철을 타고 거기 온 이유는 뭘까? 게임쇼에 가면 자신들이 기대해왔던 신작들을  한 장소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소가 멀고 까깝고는 새로운 게임을 볼 수 있다는 그들의 기대감 속에 파묻혀버렸다. 


11월 8일부터 4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07’이 열린다. 올해로 세번째 열리고 있는 전시회지만, 과거 2년간과 비교해서 꽤 썰렁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게이머들이 알 만한 회사는 엔씨소프트, 넥슨, 한게임, 예당온라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정도가 고작이다. 명색이 명절 밥상인데 보통 때 먹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그저 몇가지 반찬만 올라와있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명절 때라면 이것저것 먹을 게 많아야하지 않나.  우리 게임업계로 봐서는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지스타인데 말이다.

게임회사들의 지스타 불참 변명은  “새롭게 보여줄 게임이 없다”, “올해 남은 예산이 없다”는 등 너무 옹색해 보인다. 물론 자사의 게임 행사를 크게 치르느라 무리를 했을 수도 있다. 또 지스타 참가의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비관적인 판단이 앞섰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동경게임쇼를 준비하는 일본의 게임회사들과는 매우 다른 점이 그것인 것 같다. 동경게임쇼를 찾는 손님들에게 볼꺼리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회사들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며, 공개 시점이 임박하면 숨고르기를 시작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동경게임쇼는 지금껏 자사의 게임을 즐겨주고, 앞으로 플레이해줄 게이머들에 대한 선물의 의미가 큰 것 같다. 그 회사들의 규모라면 자체적인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지만, 동경게임쇼가 다가오면 모든 발표를 전시장에서 하겠다는 의식이 강하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보여주는 ‘추수’같은 의미의 행사라고나 할까.  

그들의 이런 의식은 게이머들을 위한 잔치상에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반찬을 한가지씩 만들어 올리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독자적인 발표회를 통한 솔로잉이 아닌, 전시장에서 다른 회사들과 함께 파티플레이를 해서 더 많은 추가 경험치를 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쓸쓸한 지스타2007을 반드시 게임회사들의 불참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주최측도 집객을 위한 노력 등 여러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눈 앞의 수익을 위해 게임회사들의 부스만을 유치하려고 했을 뿐, 정작 잔치상을 받을 손님 끌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전시장까지의 무료 셔틀 버스 운행 등 그 나름의 손님 맞이 서비스를 하고는 있지만,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아이디어가 없어 보인다. 예를 들면, 온라인게임의 다양한 커뮤니티 회원들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이라든지, 수백만명에 이르는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말이다.

지스타가 진정으로 국제게임전시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해외 업체들의 참가를 논하기 전에 국내 유저들의 관심 끌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 해 동안 준비한 맛있는 게임들을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잔치’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지스타2008의 맛있는 밥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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