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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32회] 게임을 접어 버리고 싶을 때

  • 네오위즈게임즈 퍼블리싱소싱팀장 김성진 harang@neowiz.com
  • 입력 2008.10.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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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물론이고 아무리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도 확 접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으뜸이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제대로 된 성과와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렇다. 아까운 시간과 PC방 요금을 물처럼 퍼 주면서 레벨을 올리고 몬스터를 잡고 열심히 사냥을 했는데, 게임내에서 별 의미가 없으면 맥이 탁 풀리고 만다. 한 두 번이야 그럴 수 있고 참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 같은 현상이 여러 번 반복되면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마음은 다른 유저와 상대적으로 비교되면 분노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같이 시작한 유저가 있는데 어느 순간 나보다 앞서 나가 있고, 오토가 주요 활용법이라는 사실일 때 폭발하는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극기의 정신으로 올바르게 플레이 해 봤자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니, ‘이제 그만 할래요’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오고도 남는다.


또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가 존재할 때 해당 게임을 접어 버릴 생각이 든다. 꾸준히 오래오래 열심히 해서 만렙이나 대령 계급까지 당도했는데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목적지가 아득히 멀리 도망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까지만 하면 이제 고수로 인정받고 편안히 플레이를 즐기려고 했는데 개발사에서 숙제를 한 아름 던져주는 장면은 그리 행복한 시추에이션은 아니지 않느냐는 점이다. 이를 좋아하는 유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도 당연히 존재한다. 콘텐츠가 없다고 툴툴거리는 이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이뤄낸 케이스고, 개발사의 요구에 부응하며 소걸음으로 진행하는 유저에게는 충분한 식량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술적인 능력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은 적지 않다. 이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장르가 FPS와 레이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는 유연한 손가락과 순발력, 순간적인 판단력이 필수 조건이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선천적으로 육체의 능력치가 떨어지면 결코 절정의 고수가 될 수 없다. 장시간 플레이 타임을 기록해도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요, 계급만 높아가는 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대령이 병장보다 킬·데 수치가 낮고 팀플레이에서 빌빌거리면 유저들의 보이지 않는 야유가 환청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일부러 보이스채팅을 하지 않는 FPS 유저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배가 부르고 있는데, 가상 세계에서 육성으로 욕을 먹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나태한 태도에서 화가난다. 비싼 요금을 내고 주변의 잔소리를 물리치며 어렵사리 게임에 접속했는데 렉이나 점검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핵 프로그램이 진을 치고 있으면 인생이 다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에 비해 패키지 게임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원 스위치만 살짝 올려주면 플레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접어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콘솔업체들은 온라인 제작사와 유저들의 고민과 갈등을 이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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