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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어스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2.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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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유럽 전체를 통치하는 EU(유럽연합)의 의장이다. 각국의 예산 분배, 전력 소비량의 조절, 수자원 보호와 정비, 배기가스 규제 등 각종 국가 정책에 관여하고 이를 결정지어 나가야 한다. 1990년부터 2100년까지 이와 같은 국가 정책을 10년 단위로 계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당신의 잘못된 정책 결정은 고용 불안과 경제 성장률을 악화시키고, 종국에 가서는 식량난 때문에 사망자를 속출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영국의 국영방송 BBC가 환경보전을 목적으로 개발한 시뮬레이션 게임 ‘크라이밋 챌린지’의 한 장면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잘못된 국가 정책이 자연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게임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전파하고, 개개인들에게 환경 보호 의식을 계몽하는 것에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데이터는 각국 정부와 옥스퍼드 대학 등으로부터의 리서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게임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 정책 결정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수렴하는 등의 기능도 존재한다.

‘크라이밋 챌린지’는 현재 25~35세의 성인을 대상으로 개발됐지만, 향후 어린이용 버전과 세계 각국 언어로도 지원될 예정이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EP)은 인도양의 가공의 섬에서 배고픔에 떨고 있는 수백만명의 기아들을 찾아서 식량 배급과 물자 조달 등을 게임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푸드 포스’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왠지 기존의 유희 중심의 게임들과는 한 차원 다른 느낌이다.

최근 교육이나 공공정책, 경영, 건강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게임을 통해서 쉽게 체험하고 계몽하는 타이틀을 ‘시리어스 게임’이라고 별도로 분류해서 부른다. 특히 지식의 습득이나 트레이닝을 목적으로 한 교육적인 측면의 타이틀 개발이 가장 빈번하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게임 기술을 응용 발전시키고, 사회적 공헌을 한다는 차원에서 ‘시리어스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시리어스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WEP의 ‘푸드 포스’는 기본 컨셉부터 식량난에 허덕이는 기아를 구출한다는 극적인 시나리오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재미도 꽤 솔솔하다는 평가이다. 2005년 가을부터 배포하기 시작한 이 게임은 지금까지 수백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으며, 코나미가 일본어판으로 로컬라이즈하기도 했다. ‘푸드 포스’는 단순히 TV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후진국의 실태를 게임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계몽하고 있는 것이다.

닌텐도DS용으로 발매된 ‘두뇌 트레이닝’이나 ‘영어삼매경’ 등의 타이틀은 교육적 측면의 시리어스 게임에 해당된다.

과거 에듀테인먼트라고 불리어왔던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이 유아를 대상으로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게임의 사회적 지위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는 “즐겁게 배운다”라는 과거 에듀테인먼트의 슬로건은 사라지고, “배우는 것이 즐겁다”라는 컨셉의 시리어스 게임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과장되게 생각해보면, 지식 향상의 툴로서의 게임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런 흐름에 의해서 게임으로 무엇인가를 어필한다거나 뭔가를 선전한다는 식의 광고적인 요소가 증가하는 것 또한 반드시 나쁘게만 볼 수 없다. 향후 이러한 시리어스 게임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게임업계를 위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에 좋은 방향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록 아류이기는 하지만, 영어 학습이나 뇌단련에 관한 모바일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타이쿤류의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회적 인식 전환과 공헌을 위해 온라인의 장점을 살린 우리만의 독창적인 시리어스 게임들이 보다 많이 나와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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