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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서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2.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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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이라고 하면, 세계적인 명문 사학으로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문대학이라는 이유말고도 게임업계에서 최근 이 학교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스탠포드 대학에는 미국에서 가장 방대하고 짜임새있는 게임 도서관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현재, 스탠포드 대학의 게임도서관에는 25,000개의 게임 타이틀이 보관되어 있다.

게임도서관을 설립하게된 사연도 매우 특이하다. 이 대학의 졸업생이었던 스테판 씨는 자신이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 꾸준히 모아왔던 모든 게임타이틀과 게임 하드웨어, 잡지, 관련 주변기기 등을 학교에 기증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기증한 것이 아니었다.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스테판 씨를 기리기 위해서 가족들이 그가 평소에 가장 아껴왔던 게임을 통째로 학교에 기증한 것이다. 그 종류는 수만개에 달했다.

스탠포드 대학은 스테판 씨의 유지를 받들어 본격적인 게임도서관 설립에 나서게 된 것이다. 교수들과 재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체계적으로 게임을 분류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내년 1월부터는 미국 의회도서관으로부터도 지원금으로 받아,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버추얼월드에 게임을 보존한다는 프로젝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2년간에 걸쳐서 진행될 이 프로젝트는 버추얼월드 내에 여러 구획을 나누어 전자서적과 같은 방식으로 보관한다는 구상이다.  이것은 미국정부의 국가정보인프라스트럭쳐 및 보존계획(NDIPP)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현재, 1차적으로 디지털화해서 보존하기로 결정된 것은 스페이스워(1962년작), 스타 레이더스(1979년작), 조크(1980년작), 테트리스(1985년작), 슈퍼마리오 브라더스3(1990년작), 문명I,II(1991년작), 둠(1993년작), 워크래프트 시리즈(1994년작) 등으로 각 시대별로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타이틀들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게임도서관 프로젝트는 단순히 게임 타이틀을 한 곳에 모아둔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게임 개발과 관련된 데이터의 수집도 진행중이다. 1970년대의 머드 게임이나 애플용 게임 관련 도큐멘트도 수집되고 있다. 또 울티마 시리즈 등의 유명 게임 디자이너들과 연계해서 개발자 네트웍을 통한 정리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상용화된 게임뿐 아니라. 비즈니스와는 동떨어진 실험적인 작품들도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은 가까운 장래의 새로운 게임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현시대에는 파격 그 자체인 게임들도 미래의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게임의 패키지 디자인이나 매뉴얼 등도 몇십년이나 몇백년 후에는 흥미로운 문화적 유물이 된다는 아주 먼 미래까지 내다본 구상이다.

특히, 게임도서관에서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게임개발 프로세스의 집대성 작업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북미나 일본의 게임 개발 방식은 철저한 프로세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다양한 방식의 개발 프로세스들이 한군데에 정리된 것은 아직 없다.
스탠포드 대학은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개발 관련 데이터를 작은 것부터 찾고 있다. 윌라이트와 미야모토 시게루의 작은 메모부터 개발스탭들과 주고받은 공식 문서, 라이센스 관련 서류 등 모든 것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료들은 게임산업의 여명기부터 지금까지 어떤 형태로 개발이 발전되어 왔는가를 파악하는데 매우 소중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게임산업진흥원에서 구축한 게임도서관이 상암동 문화콘텐츠센터에 있다. 그 규모나 컨셉에 있어서, 스탠포드 대학에 있는 그것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규모에 관계없이 게임도서관을 활용해서 미래 게임 산업의 새로운 기틀을 만들어낸다는 의지인 것이다. 우리도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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