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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넥슨은 어떨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2.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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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12월 3일) 아침, 우리는 충격적인 결혼(?) 뉴스를 접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게임업계의 거대공룡 ‘액티비젼’과 ‘블리자드’가 합쳤다는 꿈같은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다. 비벤디 그룹이 17조원을 들여 액티비젼을 인수하고, 산하의 블리자드와 비벤디게임즈 등 3개 회사를 합병했다. ‘액티비젼블리자드’라는 듣기만해도 파워가 느껴지는 회사명도 새롭게 붙여졌다. 양사의 합병은 단순 매출 규모로 따져봐도 EA를 능가하고 있다. 며칠 후, 북미의 유명 게임 애널리스트는 EA가 이번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합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해 액티비젼블리자드의 탄생이 세계 게임업계 재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우리 업계에서는 이와같은 인수합병이 왠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게임업계만 해도 굵직한 인수합병이 최근 몇년 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콘솔RPG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스퀘어’와 ‘에닉스’의 합병이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는 각각 4200만장과 3000만장이 넘는 누적 판매고를 기록하며, 두회사의 간판 타이틀로써 세계적으로 엄청난 브랜드인 지도를 가진 게임이었다. 당시 양사 대표들은 합병의 이유를 “급변하는 게임 시장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이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해외 시장 개척을 목표로 힘을 합친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10월에는 영원한 콘솔 명가 ‘세가’와 아케이드 파칭코 업계의 선두주자 ‘사미’가 ‘세가사미홀딩스’라는 이름으로 합병됐다. 물론 세가의 사업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 됐지만, 사미의 아케이드 게임센터 마케팅 네트웍과 세가의 우수한 개발력이 결합되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에서 시작된 합병이었다.

또, 팩맨과 철권으로 대변되는 게임업계의 노장, ‘남코’와 일본 최대의 완구 게임 메이커 ‘반다이’도 2005년 9월 ‘반다이남코게임즈’로 합병했다. 남코와 반다이측은 “두 회사가 비슷한 업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중복되는 사업 부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합병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6년 3월에는 반다이에 필적하는 게임완구 메이커의 톱브랜드인 ‘타카라’와 ‘토미’도 합병했다.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 계열의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겅호는 안정적인 콘텐츠 확보를 위해 그란디아 시리즈의 인기 개발사 ‘게임아츠’와 캐릭터 비즈니스로 유명한 ‘브로콜리’ 등을 잇달아 인수합병했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인수합병이 일본 만큼 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소프트뱅크 계열회사 에제르의 그라비티 인수와 중국의 샨다가 액토즈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된 M&A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게임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최근 네오위즈게임즈는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붉은보석 등으로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게임온의 인수를 발표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주식시장 상장보다도 M&A가 더 활발하다. 결국 회사의 가치를 높여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도 새로운 성공의 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는 유달리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 같다. 블리자드나 액티비젼, 스퀘어나 에닉스처럼 나름대로 잘 나가는 기업들끼리의 합병은 우리 업계의 시각으로는 상상도 못할 일인 것이다.

배가 너무나 고픈 나머지, 그 대안으로 M&A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도 이제는 인수합병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버려야한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게임회사끼리 인수합병을 통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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