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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튼 교수와 지방 개발사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1.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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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찾아주세요!
우리 집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간 다음, 첫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후에 직진하세요. 그 다음 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정면에 아침해가 보일 거에요. 그렇다면, 이 지도에서 우리 집은 어딜까요?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어린 아이가 얼핏 연상된다. 그러나 아니다. 닌텐도DS용으로 발매되어 큰 성공을 거둔 어드벤처 게임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에 나오는 퀴즈 문항 중 하나다. 출제되는 문제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은 없다. 퀴즈를 풀어가는 흥미로움과 정답을 맞췄을 때의 흥분은 롤플레잉 게임에서의 레벨업 이상의 쾌감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문제의 짜임새와 완성도가 심심풀이로 대충 풀어대는 퀴즈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 수록된 문제는 일본에서 수수께끼 분야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치바대학의 명예교수 ‘타고 아키라’씨가 직접 출제했다고 한다. 그가 40년전부터 발간한 퀴즈 서적 ‘두뇌체조’는 지금까지 총 23권이 나왔고, 누적 판매부수만 해도 1200만부에 달한다. ‘레이튼 교수의 이상한 마을’은 그 두번째 작품인 ‘레이튼 교수의 악마의 상자’와 합해서 총 150만개가 팔려나가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전작의 히트에 힘입어 3번째 작품이 되는 ‘레이튼 교수의 악마의 상자’도 최근 제작이 결정됐다.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레벨파이브’다. 레벨파이브는 자사의 간판 타이틀이 된 ‘레이튼 교수 시리즈’ 말고도, 일본의 국민적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불리우는 ‘드래곤퀘스트’의 8번째 작품을 개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톡톡 튀는 기획력과 안정된 개발능력으로 ‘게임 잘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동경이 아닌, 후쿠오카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쿠오카라고 하면 일본에서 인구 규모로 8번째 정도의 도시이지만, 그래도 지방 도시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이전까지 지방 게임 개발사로 주목을 받았던 회사는 일본 최북단 섬인 홋카이도에 위치한 봄버맨의 산실 ‘허드슨’이 거의 유일했다. 


레벨파이브 같은 히트 게임개발사가 지방 도시에서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후쿠오카 시(市)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발사들의 능동적인 협력이 뒷받침됐다. 큐슈와 후쿠오카에 위치한 8개의 게임개발사들은 GFF(GAME FACTORY'S FRIENDSHIP)라는 단체를 만들고, 큐슈대학과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교환, 인재육성, 연구개발 등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후쿠오카 시는 게임 개발자의 발굴과 육성 등을 목적으로 '후쿠오카 게임 콘테스트'를 열어 학생과 아마추어 개발자들의 오리지널 작품을 정기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이 콘테스트에는 PC게임, 게임 동영상 등 4개 부문이 있고, 우수한 작품은 '후쿠오카 게임 프론티어상'을 수여해  개발자들의 열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후쿠오카 시의 요시다 시장은 “우리 도시는 일본의 국민 게임인 ‘드래곤퀘스트VIII’이 탄생한 곳입니다. 우리는 후쿠오카 시를 세계적인 게임산업의 거점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게임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 개발사들도 레벨파이브 만큼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그


랜드체이스와 엘소드를 비롯, 콘솔 게임 개발 능력까지 갖춘 KOG스튜디오, 테일즈런너로 캐주얼 런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라온엔터테인먼트, 대만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란온라인을 개발한 민커뮤니케이션 등이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고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개발사가 특정 지방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지방 자치 단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게임산업 육성 의지와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강인한 근성을 지닌 개발사들만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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